WCC(세계교회협의회) 한국 개최에 힘을 보태오던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종교 다원주의를 거부한다"며 WCC를 비판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하지만 WCC 한국준비위원회 고문 조 목사는 지난 3월 2일 한 TV 좌담에서 "WCC는 종교 다원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조용기 목사는 9월 25일 WCC를 비판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 신앙의 중심을 잡기 위해 "종교 다원주의를 거부한다"는 신앙관을 공개했다. (중앙일보 광고 갈무리)
조 목사는 9월 25일 <중앙일보>(24면)와 <동아일보>(28면)에 '저의 신앙관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게재하여 WCC에 대한 비판적 소견을 밝혔다. 조 목사는 우선 자신이 기독교 정통의 보수 신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100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온 영미 선교사들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한 선배들의 보수주의 신앙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WCC는 종교 다원주의, 동성 결혼 허용, 공산주의를 포용하며 다양성을 위장하는 혼합 종교 성향"이라고 비판하고, "저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강조하는 성서적 삼위일체 신앙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WCC와 관련한 신앙관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서는 "요즘 WCC 문제가 한국교회 신앙의 혼선을 가져오고 저에게도 많은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신앙이 중심을 잡고 발전하기 위하여 1200만 성도, 5만 교회, 그리고 10만의 동역자들에게 저의 신앙관을 공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목사는 "그동안 소견을 밝히지 못한 것은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과 동역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목사는 반년 전인 3월 2일 서울 극동방송에서 개최된 '한국교회와 WCC 부산 총회' 특집 좌담에서 WCC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목사는 "(WCC 개최가)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것을 용납하는 거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잘못 전달돼서 그렇다. WCC는 종교 다원주의를 주장하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서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게다가 조 목사는 WCC가 '친북 좌파'라는 비판에 대해 "보수주의 기독교에서 WCC를 공격하기 위해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지 실제로 (WCC는) 친북 좌파가 아니다"고 해명하며 교파 간 연합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광고에서 WCC를 공산주의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한편, 조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등의 탈퇴로 교세가 위축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23년 전, 고 한경직 목사 본인과 교회 지도자들이 반공과 보수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세운 대표적 연합기관 한기총을 위해 전국 교역자들과 성도들이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광고가 게재된 당일에 '조용기 목사님의 신앙관 발표를 환영하며'라는 제목을 글을 올려 "한국교회 후배들에게 조용기 목사님의 신앙관을 확실히 밝혀 주심으로 말미암아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 WCC를 지지하는 세력과 지지하지 않는 세력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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