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다, 제주 교도소에 수감된 송강호 박사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영상과 음악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힘든 하루의 삶의 연속이지만, 항상 물가에 있어. 오늘도 그는 더 넓게, 오늘도 그는 더 깊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 가네. 오늘도 바람 불고. 그는 바람 맞으면서. 속 깊이 스며드는 외로움을 견뎌내고…."

노래(Joseph, 그가 감옥에 있을 때)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터졌다. CCM 가수 이대귀 씨가 송강호 박사를 위해 부른 노래였다. 노래가 흐를 때, 스크린에는 물가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송강호 박사의 영상이 비쳤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다 지난 4월 1일 구속된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개척자들)를 위한 음악회가 열렸다. 9월 22일 저녁 7시, 홍대 후문 오피스커피에 70여 명이 모였다.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는, 음악회에 참석한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카페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중앙 현관을 개방했다. 시간이 되자 사회자 김성한 간사(IVF)가 나와 이번 음악회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송강호는 신앙의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압박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은 신앙이 아닌 것처럼, (음악회가) 교회를 다녀도 절을 다녀도, 다른 어느 신앙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불편하지 않을 자리가 될 것입니다. 오늘 음악회는 배척하거나 밀어내는 자리가 아닙니다. 송 박사를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송 박사는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깨는 중장비 공사에 항의하던 중 철조망을 넘어가 연행됐다. 해상 공사 방해, 재물 손상, 업무방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 중에 있다. 음악회가 열린 이날은 송 박사가 175일째 수용된 날이었다. 현재 제주 교도소에는 송 박사를 포함 정연길 목사, 김복철·김동원·정연길·박석진·박승호 시민운동가와 강정마을 주민 윤충 씨도 수용돼 있다.

음악회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9월 19일 제주 교도소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송 박사가 보낸 편지였다. 그는 이번 음악회 소식을 들었을 때 "음악회 의미가 Song for the Gangjeong & Hope인 것을 알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음악회는 강정마을 주민과 나와 여러분이 함께 만나는 자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평화를 노래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송 박사는 음악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자유·정의·평화를 위해 외쳐 달라고 했다.

▲ CCM 가수 이대귀 씨(왼쪽 사진)는 송 박사를 생각하며 'Joseph, 그가 감옥에 있을 때'란 노래를 불렀다. 첼로를 켠 송샘 씨(오른쪽 사진)는 송 박사의 딸이다. 그의 표정과 손짓에서는 굳세고 꿋꿋한 기개가 묻어났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송 박사를 위한 음악회는 밝고 경쾌했다. 김경민·김주연의 바이올린·건반 듀엣 선율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경민 바이올리니스트는 "전에 강정마을과 구럼비를 찾았을 때 바다랑 섬이랑 아주 예뻤다"며 "하지만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것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지금 여기서는 그곳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함께 생각하자"고 했다.

이대귀 씨는 '예언자들'과 '너는 내 사랑하는 이요'를 부르며 관객과 함께 호흡했다. 백소망 씨는 전통 민요를 구수하게 불러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라면 CF에서 아이돌 가수가 부른 노래는 '너영나영'이라는 민요다. 참석자들은 "좋구나", "얼씨구나"와 같은 추임새를 넣어 같이 불렀다.

김루·송샘·민경으로 이뤄진 트리오는 '구럼비 바위'와 '조율'을 락으로 불렀다. 첼로를 켠 송샘 씨는 송 박사의 딸이기도 했다. 그의 표정과 손짓에서는 굳세고 꿋꿋한 기개가 묻어났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음악회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음악회 내내 손뼉을 치며, 흥겨움에 빠져 노래를 같이 따라 불렀다.

음악회 중간에는 송 박사가 해군기지 반대 건설에 저항하는 모습의 영상이 나왔다. 영상의 제목은 '그 남자의 기도'였다. 구럼비를 향해 헤엄치다 해경들에 가로막힌 송 박사는, 물 위에 뜬 채 기도했다. "분열과 분쟁으로 몰아넣는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 주소서." 그러고는 물 위에 한참을 떠 있었다.

송 박사가 지난 6개월간 쓴 옥중일기는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김성한 간사는 "10월 첫 주 정도에 책이 발간될 예정"이라면서 '북 콘서트'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알려지지 않는 공연에 찾아줘서 고맙다. 다음에는 밴드 음악으로 요란한 공연이 진행될 것"이라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 송강호 박사를 위한 음악회는 매달 정기적으로  열릴 계획이다. 10월 초에는 송 박사의 옥중일기가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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