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언론에서는 하바드 대학교 신학부 교수인 Karen L. King 박사의 연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는데, 예수의 아내 복음서(The Gospel of Jesus’ Wife)라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 문헌에 의하면 예수님에게 아내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학문적 신중함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사실에 크게 동요되지 않을 테지만, 기독교를 비판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마치 무슨 호재라도 만난 듯 이 사실을 떠벌리고 있다.

이러한 문헌에 대한 자세한 Q&A가 학문적 문외한들이라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으로, http://www.hds.harvard.edu/faculty-research/research-projects/the-gospel-of-jesuss-wife 에 실려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헌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별로 센세이셔널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전문적이고 진지한 학도들은 2013년 1월에 발간될 <Harvard Theological Review> 106권 1호에서 킹 박사의 글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문헌은 약 4세기 경 지금의 이집트 지역에서 고대 이집트 사람들의 언어인 콥틱(Coptic)어로 작성된 문헌이라고 한다. 이곳은 소위 영지주의자(Gnostic)로 불리는 기독교의 이단 분파에 속한 곳으로, 정통 기독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자들의 문헌인 것이다. 실제 예수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하던 때로부터 약 300년 이후에 쓰인 문서에, 그것도 기독교의 이단 분파 가운데서 만들어진 문서에서, '나의 아내는'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이 말은 King 교수가 'No'라고 단언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예수가 결혼했을 가능성을 전혀 보여 주지 않는다.

예수의 아내 복음서라는 것은 실제 예수님 이후 300년 뒤의 문헌이기 때문에, 역사적 정확성이라는 것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역사로 치자면, 장희빈에 대해서 오늘날의 작가가 글을 쓴 것에 견줄 수 있기 때문이다. King  교수는 비록 이 문서가 4세기 문헌이지만, 2세기 후반 헬라어 문헌을 번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근거는 별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 문헌이 2세기 후반 문서인 도마 복음서(the Gospel of Thomas), 마리아 복음서(the Gospel of Mary), 빌립 복음서(the Gospel of Philip)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지만, 그 밀접한 관계란 영지주의 문서라는 사실뿐이다.

지난 2006년 4월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번역하여 발표한 바 있는 유다 복음서(The Gospel of Judas)도 역시 콥트어로 쓰인 영지주의 문서에 해당한다. 이 문헌에 의하면, 예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오직 가룟 유다뿐이며 유다의 배반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며, 유다의 배반을 통해 하나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계획이 완성된다는 식의 내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예수의 아내 복음서라는 것도 기독교 이단 분파인 영지주의 문서에 불과한 것이다.

같은 시기의 글이라 하여, 통일교 문헌을 가지고 한국 기독교를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지 예수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고 고대 문헌들이라는 사실만 가지고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예수의 아내 복음서의 존재는 4세기 이집트 지역에 영지주의 이교 분파들이 어떤 주장들을 하고 어떤 신앙적 행태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지만, 실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내 줄 수 없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경인 4복음서를 통해서는 그 뒤에 있는 공동체를 연구하려고 시도하는 반면, 도마 복음서 등 이교 문서를 가지고는 역사적 예수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사실이다.  

King 교수가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서를 예수의 아내 복음서라고 부르는 것은 이 문헌 조각(하나의 완성된 문장조차도 없이 몇 글자밖에 없는 단편 조각)을 부를 만한 적당한 이름이 없기 때문에 편의상 부르는 것일 뿐이다. 또한 '복음서'라 부르는 것은 예수와 제자와의 대화를 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붙인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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