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출입 금지를 해제하라는 요구를 하려고 총회 회관에 찾아갔습니다. 만나고자 했던 황규철 총무는 자리에 없고 직원들과 용역들이 기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마르투스 이명구

<뉴스앤조이>·<마르투스>만 취재 거부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기창 총회장)은 9월 17일부터 5일간 열리는 제97회 총회에 대다수 교계 언론의 취재를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총회의 취재 거부 이유는 '질서 유지를 위해서'입니다. 지난 9월 7일 총회실행위원회는 황규철 총무에게 총회 질서 유지를 위한 전권을 위임했습니다. '똥물 투척', '장례 퍼포먼스' 등을 펼치며 총무 자격 시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막지 않으면 동조 혹은 배후 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황 총무는 주장합니다. 정준모 부총회장, 박충규 총신대 이사 등이 노래주점에서 여성 도우미와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의혹도 이러한 결정에 한몫했습니다. 예장합동은 150여 명의 용역을 동원해 총회 현장을 봉쇄할 계획입니다.

총회가 말하는 질서 유지 명목이 은근슬쩍 언론 통제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총회는 전자 출입증을 사용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한답니다. 출입증이 없으면 총대를 비롯해 직원·기자 등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총회 장소 대구 성명교회(정준모 목사) 비전센터에 마련된 기자석은 20석이라고 합니다.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는 언론은 얼마 안 됩니다. 일단 교단지인 <기독신문>과 <국민일보>·CTS, 예장합동 교단 목사가 운영하는 <기독신보> 등만 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단을 살펴보면 교단에 우호적인 언론들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무조건적인 옹호하는 언론입니다.

동영상 촬영도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CTS 같은 방송사도 동영상 취재는 허용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영상은 총회 직원이 찍은 것을 편집해서 보도용으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총회가 언론사들의 편집장이 되려는 격입니다. 기사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지려는 것인가 봅니다.

성명교회 예배당 1층에는 <기독신문> 사진 기자만 출입합니다. 다른 취재 기자들은 2,3층에 자리를 마련해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회의장 안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다른 곳에서 모니터로 원격 상영으로 취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예장합동의 언론 통제에 기자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취재를 허락하라는 뜻을 총회에 전했지만 거부했습니다. 대책을 세우려고 모인 기자들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마르투스 이명구

예장합동의 언론 통제에 기자들은 화들짝 놀랐습니다. 크리스천기자협회(황승영 회장)는 9월 13일 취재를 허락하라는 뜻을 총회 기획조정실에 전했습니다. 전권은 위임받은 황규철 총무는 아무 반응이 없었고, 14일 아침에 총회에서 답이 왔습니다. 기획조정실 담당자는 "고심 끝에 교단지 이외의 출입을 막는다"고 했습니다. 언론을 선별해서 취재를 허락하는 것에 대해 따져 묻자 답을 피했습니다.

총회 임원들이 명확히 답을 해줘야 할 텐데, 다들 설설 피하고 있습니다. 이기창 총회장은 "(언론 취재를) 폐쇄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열린 총회가 되기를 원한다"면서도 언론 통제에 대해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정준모 부총회장은 "내가 아직 총회장이 아니라 (해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예장합동 출입 기자들은 대책을 세우기 위해 14일 오전에 모였습니다. <마르투스>는 이미 지난 6월 말부터 총회 회관에 출입금지 당한 터라 상대적으로 담담했지만, 다른 기자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한 기자는 "어이가 없다. 기자들이 이런 일로 모여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기자들이 황규철 총무를 만나러 총회회관에 찾아갔습니다. 면담을 요청했지만, 황 총무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총회 직원들은 "총무는 자리에 없다. 이렇게 찾아오면 곤란하다"며 난감해했습니다. 결국 기자들은 △총회 출입 금지를 철회하라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보장하라 △출입 금지를 결정한 의사 과정과 관계자들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적은 항의 서한만을 전달했습니다. 기자들은 총회 현장에서 싸우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 성명교회 앞에서도 이와 같이 출입을 막으면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 사위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이번 총회에 무슨 일을 벌이려고 언론을 통제하는 걸까요. 무엇이 두려워서 귀를 막고 눈을 막고 불러 주는 대로만 기사를 쓰라고 하는 걸까요. 들리는 소문에는 임원 선거와 총회 규칙 개정이 있는 총회 첫째 날과 둘째 날만 용역을 쓰고 그 이후에는 언론 통제가 풀 거라고 합니다. 취재 허락이 무슨 선물입니까. 떼쓰는 아이를 달래듯이 언론을 대하고 있습니다. 보이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겠다는 행동은 자칭 타칭 '장자 교단'이 보여야 할 모습은 아닐 겁니다.

총회 취재 여부는 일부 목사와 장로들이 허락하고 말 것이 아닙니다. 교인들이 가진 알 권리를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소수의 배를 불리는 결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GMS 선교 기금, 아이티 구호 헌금, 은급 재단, 납골당 등 교인들의 헌금이 다른 곳에 쓰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하듯이 문을 걸어 잠그고 통제하더라도, 알려져야 할 사실은 <마르투스>의 귀에 들리게 될 겁니다. <마르투스>는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취재하러 가겠습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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