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로 반영하는 가운데, 대학들의 취업률 부풀리기 관행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석대·전주대 등 기독교 계열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 대학은 교수가 운영하는 업체에 학생들을 허위로 취업시키거나, 졸업자를 취업 준비 학기제로 분류하여 취업률을 높이는 수법 등을 사용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9월 5일 취업 통계 실태 특별 감사를 벌인 결과 29개 대학에서 45건의 지적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전년 대비 취업률이 급격히 올라간 32개 대학을 선정하여 진행됐으며 90%가 넘는 대학이 취업률 부풀리기로 지적받았다. 백석대·전주대·관동대·백석문화대·전주비전대·광신대 등 6개 기독교 계열 대학도 취업률 부풀리기 대학에 이름을 올렸다.

▲ 대학들은 2008년부터 취업률 등 대학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공시 내용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전주대학교 취업률 통계. (대학알리미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주요 수법은 '허위 취업'이다. 전주대는 근무하지도 않는 졸업생 22명의 인건비와 보험료 2700만 원을 12개 업체에 지원하는 식으로 취업률을 높였다. 교과부가 건강보험에 가입된 졸업생을 취업자로 인정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백석대는 해당 학교 교수가 설립한 음악 교습 연구소에 학과 졸업생 9명을 허위 취업시켰고, 백석문화대 역시 같은 수법으로 교수의 지인이 운영하는 건축 회사에 졸업생 2명을 취업자로 처리했다.

취업률을 늘리기 위해 학교 재정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점도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관동대는 재학생에게 줘야 할 교내 장학금을 잡매칭(직업 알선) 업체로 돌려쓰는 방식으로 1억 9732만 원의 예산을 목적 외 집행했다. 업체의 취업 실적도 허위임이 드러나 확인·검수 없이 돈을 지급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게다가 취업 홍보비 2100만 원을 지출 증빙 자료 없이 집행한 점에 대해서 시정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주대·전주비전대는 학교 홈페이지에 취업률을 과장 광고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고, 전주대는 졸업 요건을 갖춘 학생을 취업 준비 학기제 학생으로 분류하여 취업률을 높이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대부분 학교는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백석대는 "교과부가 지적한 허위 취업은 사실"이라며 "해당 교수가 자신의 연구소로 학생들을 데리고 온 것을 취업으로 오해하여 발생한 일이다"고 해명했다. 관동대는 "잡매칭 업체가 위장 취업을 실적으로 처리한 점에 대해 회수 조치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교과목 강의계획서 작성 시 개교기념일과 공휴일에도 수업 일정을 넣어 작성했다는 이유로 교과부의 지적을 받은 광신대는 "취업률과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인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번 감사 결과에 들어갔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같은 취업률 부풀리기 경쟁은 정부가 '취업률'을 대학 평가나 재정 지원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평가 지표로 삼으면서 치열해졌다. 교과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거나 제한할 때 사용하는 평가 기준에서 취업률은 20%를 차지한다. 게다가 졸업생 취업률이 51%를 넘지 못한 대학은 부실 대학 선정 시 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지방대 취업 센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의 학생들은 대기업에 들어가 모두 4대 보험에 가입하겠지만, 지방에 있는 학생은 이직도 잦고, 중소기업에 들어가더라도 3~6개월은 건강보험 가입 없이 인턴으로 일하는 게 기본이다"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취업률을 학교 평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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