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가 8월 29일 오후 3시 서울 대치동 예장합동 총회 회관 앞에서 'GMS 및 예장합동 재정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르투스 구권효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백종국·오세택·정은숙)와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공동대표 방인성·전재중·정은숙·최호윤)가 8월 29일 서울 대치동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기창 총회장) 총회 회관 앞에서 '총회세계선교회(GMS) 및 예장합동 재정 의혹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교단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청했다. 기자회견에는 개혁연대 오세택 공동대표와 남오성 사무국장,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 개혁교회네트워크 박성진 사무국장, 이광식 목사 등이 참여했다.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는 오는 9월 6일 GMS 총회와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교단 총회가 문제 해결에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예장합동은 부정부패의 장자가 되지 말고 하나님과 교회 앞에 양심을 회복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스로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이라 부르는 예장합동이 "유독 교회 및 교단 운영은 불투명·불합리하고 막대한 규모의 재정 운영엔 언제나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 성서한국 구교형 사무총장은 "총회가 정말 문제를 몰라서 해결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의지가 없는 건지 묻고 싶다"며 돈 문제가 반복되는 교단을 개탄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는 예장합동 총회에 "GMS 선교사기금 전용 의혹을 재조사하고, 책임자 문책과 피해 금액을 전액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GMS에는 "이사회 총회 때 각종 법규(이사회 정관, 운영규칙·세칙)와 제도를 엄격하게 개편해 다시 이런 부정이 없도록" 하고, "부정 의혹을 제기한 선교사들에 대한 잘못된 징계(면직, 직위 해제)를 즉시 철회"하라고 했다. 또 "총회와 GMS는 이 같은 문제가 교단 및 해당 기관뿐 아니라 한국 복음화 및 세계 선교 전체에 막대한 악영향이 있음을 이해하고, 특히 총회 석상에서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이티 구호 헌금 문제도 빠질 수 없었다.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는 총회에 "2010년 아이티 대지진 구호금 30억 원에 대한 사용 내역과 구호가 비전센터 건립으로 변질된 경위, 해피나우(길자연 이사장·박원영 사무총장)에 위임된 과정 등을 명백히 밝히고 부당히 전용된 부분에 대한 환수 및 책임자 처벌을 시행해야 한다"고 외쳤다.

▲ 이광식 목사는 교단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이 목사는 "도덕·영적으로 불신임과 퇴진 요구를 받고 있거나 존경받지 못하는 자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는 교단 내 '돈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자정 능력이 없음을 개탄했다. 이들은 "은급재단 납골당 문제 등 기타 재정 전용 의혹도 수두룩하지만 총회는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당사자들은 여전히 교단 실세로 활개치고 있다"며 "회전문처럼 요직을 돌면서 계속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이 있다고 비난했다. 구교형 사무총장은 "도대체 정말 몰라서 해결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 의지가 없는 건지 묻고 싶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이들은 한국교회 타락에 앞장선 교단이 스스로 장자 교단이라 자부하는 것에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광식 목사는 "교단을 생각하면 침몰한 타이타닉호가 연상된다"며 "덩치는 크고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돈·권력·섹스 문제로 교단이, 신학교가, GMS가, 하나님의 교회가 장사하는 곳과 사교 클럽으로 누더기 취급당하고 만신창이 진흙탕이 되었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 목사는 "도덕·영적으로 불신임과 퇴진 요구를 받고 있거나 존경받지 못하는 고위층들(총회, 재단이사회, 신학교, GMS)은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또 이 목사는 "걸핏하면 자신의 명예가 손상되었다며 선·후배나 동료 목사들을 향해 소송을 밥 먹듯이 하는 목사들도 사임하라"며 "하나님의 명예훼손에는 눈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자신의 명예훼손에는 목숨 거는 사람이 목사는커녕 어찌 신자일 수 있느냐"고 일갈했다.

총회 직원들, 불감하거나 민감하거나

▲ 총회 직원들은 성명서 접수를 거부하기 위해 본부 문 앞을 막아 섰다. 오세택 대표가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하자, 직원들은 팔짱 끼고 "안 받겠다"고 했다. ⓒ마르투스 구권효
기자회견 후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는 성명서를 전달하러 총회 회관 6층 GMS 본부에 들렀다. 오세택 대표가 성명서를 건네려 했지만 직원 10여 명은 묵묵부답이었다. 사무실은 기자회견 참가자와 언론사 기자들로 북적였는데, 직원들은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자기 책상에만 앉아 있었다. GMS 김호동 사역총무는 "성명서 접수는 행정 업무이기 때문에 행정총무가 받아야 하는데 지금 자리에 없다"며 둘러댔다. 일단 누구라도 받고 나중에 전달해 달라는 요구에는 "그냥 탁자에 놓고 가라"고 했다.

GMS가 성명서를 접수하지 않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4층 총회 본부로 향했다. 본부 직원들은 GMS와는 정반대로 이상하리만치 민감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4층 입구에 남자 직원 열댓 명이 진을 치고 본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문 앞을 막았다. 오세택 대표와 구교형 사무총장이 접수를 원하자 총회 천석봉 기획조정실 실장, 김병덕 사무국장, 황윤도 부장 등이 나서 "안 받겠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천 실장은 오 대표와 구 사무총장에게 "우리 교단 소속이 맞느냐. 어디 노회 소속이냐. 이름이 뭐냐" 캐물었고, "교단 소속 목사라면 절차를 따르라"고 했다. 오 대표가 "이건 개혁연대와 교단총회공대위 이름으로 접수하는 것"이라고 하자, 황 부장은 "받을 이유 없다. 교단 문제는 교단에서 알아서 한다"고 잘라 말했다. 몇 분간의 실랑이는 결국 총회가 공식적으로 성명서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결론짓고 일단락됐다. 

구권효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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