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의 장정개정위원회(위원장 권오서 목사)가 '세습 방지 법안'을 마련했다. 한국 기독교계에서 최초다.

장정개정위원회는 지난 20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3차 전체회의를 열고 합숙을 해 가며 입법의회에 상정할 장정개정안을 만들었다. '세습 방지 법안'은 이 중의 하나.

전해진 바에 의하면, '세습 방지 법안' 내용은 장정 제3편 조직과 행정법에 '담임자의 파송 제한 조항'을 두고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에서 담임자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임자의 사위도 세습할 수 없다.

또,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도 그의 자녀가 담임할 수 없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 경우에도 사위를 포함하는 등 한 교회의 담임자가 되는 기회와 청빙에 있어 혈연관계나 기득권으로 인한 불공정이 설 자리가 없게 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장정개정위원회가 만든 이 법안은 문구화 후 오는 27일의 장개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여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에게 보고된다. 그러면 임시감독회장은 입법의회 일정을 공고하고 입법 총대 과반수가 참석한 입법의회에서 참석 총대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되어 시행되게 된다.

▲ 지난 8월 13일 감리회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장정개정위원회 모임 장면. (사진 제공 당당뉴스)

한국 기독교계에 파장 일으킬 것

감리회의 장정개정위원회가 만든 이 '세습 방지 법안'이 입법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감리교회뿐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성행하여 기독교의 신뢰도를 떨어트린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되어 온 교회 세습에 대해 교단 차원의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회 세습은 뜨거운 감자다.

최근 충현교회 원로목사의 세습 후회 발언으로 교회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보수 성향의 한기총은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현재 담임목사의 후임이 될 수 있다"며 사실상의 세습 지지 발언을 하는 등 별다른 문제의식을 표출하지 않았다. 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교회개혁연대·목정평 등 개혁 성향 단체들은 "하나님 뜻이 설 자리를 없게 만드는 반성경적 행위", "교회를 사유화하는 맘모니즘의 표본"이라며 교회 세습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렇게 입장이 나뉜 현실에서 타 교파 교계 기자는 감리회가 '세습 방지 법안'을 입법하려고 한다는 소식에 "역시 감리교"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감독회장 선거 사태로 추락한 감리회의 이미지를 반전시키고 나아가 한국 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감리회가 마련한 것이라며 부러움과 기대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세습 방지 법안'이 아직 입법된 것이 아니다. 감리회 내부의 저항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리고 기계적인 적용으로 인한 부작용 여부 등이 연구되지 않은 거칠음도 엿보인다. 이 법안의 입법으로 소위 '투 쿠션', '스리쿠션'으로 대변되는 변칙 세습이 성행할 여지도 있다.

감리회 사태가 결국은 권력을 쥐려는 맘모니즘의 산물이라고 볼 때, 역시 권력과 재물이 함께 물려지는 교회 세습과 맥락을 같이하는 '성직매매', '교회매매'같은 교회 세속화에 대한 강력하고도 실제적인 거부 의지가 이번 장정 개정 과정에 없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장정개정위원회가 마련한 '세습 방지 법안'은 감리회 사태 4년의 긴 암흑 끝에 겨우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상화'의 길에서 '정회원 전체로 선거권 확대' 안과 함께 얻어낸 많지 않은 소득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물론, 입법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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