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년 사이 적지 않은 교회들이 무리하게 교회 건축을 시도하다 은행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교회 건물을 매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매각되는 교회 건물 가운데 적지 않은 교회 건물들이 이단 단체들에 넘겨지는 경우가 많아 한국교회 경각심이 요구된다.

충남 서산의 한 교회. 1972년 창립해 39년의 역사를 가진 이 교회는 서산지역 성시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이 지역 대표적인 교회 가운데 하나지만, 2007년 새 예배당 건축을 시작하면서 은행으로부터 50여억 원을 대출받은 뒤 재정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 교회는 새 예배당 건축비를 위해 기존에 20년 넘게 써 왔던 건물을 이단으로 규정된 안상홍증인회 하나님의교회 측에 20억 원에 매각했다.

인천시 신흥동의 모 감리교회 역시 다른 곳으로 교회를 이전하면서 2009년 6월 안상홍증인회 측에 교회 건물을 넘겼다. 매매금액은 103억 원. 용인시 보정동의 한 침례교회도 교회 건축 과정에서 재정난을 견디지 못했고, 안상홍증인회에 교회 건물을 넘기고 말았다. 성남 분당의 한 교회,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가 1996년 지교회로 건축한 교회다. 강남의 대형 교회여서 재정적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지만, 이 교회 건물 역시 이단으로 규정된 박옥수 구원파 측에 지난 2008년 60억 원에 매각됐다.

이처럼 무리하게 교회 건물을 짓다 은행 빚을 감당하지 못해 교회 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는 경우가 해마다 백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교회 건물과 부지들이 이단 단체에 매각되는 것이다. 특히 이단들이 교회 건물을 사들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에 보이는 부채 압박을 이기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한국교회의 안이한 태도가 문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적지 않은 교회 건물들이 이단 단체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왜 이단들은 기성 교회 건물을 매입하려는 걸까? 이단 전문가들은 이단들이 정통 교회 건물을 사들이면서 자신들도 정통 교회인 것처럼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 경매에 매물로 나온 교회 건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안상홍증인회의 경우, 하나님의교회란 이름을 쓰기 때문에 기존 교인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일반 교회로 착각하기 쉽다. 최병규 목사(예장고신 총회 유사기독교 상담소장)는 "안상홍증인회가 하나님의교회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 주민들이 이들이 이단이라는 사실을 모를 경우, 정통 교회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단들이 이런 것들을 노려서 교회 건물을 매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교회들의 선교 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노려 일반 교회 건물을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택 목사(예장합신 총회 한국기독교 이단 상담소 소장)는 "따라서 교회 건물을 건축할 때는 욕심부리지 말고 교회 형편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무리하게 교회를 짓다가 경매로 넘어가 이단들이 교회 건물을 매입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 건물은 특히 예배드리는 용도 외에는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아 종교 기관에서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단들이 경매에 참여해 기존 교회 건물을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 이단들의 치밀한 전략에 넘어가지 않도록 기성교회들이 경각심을 갖고 주의하고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단 단체에 교회 건물이 넘어가는 것은 기존 교회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석표 / <노컷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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