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운영이사회가 탐라대학교 매입을 거듭 보류했다. 운영이사회는 8월 10일 열린 회의에서 매입 검증을 위한 11인위원회의 찬반 보고를 받고, 외부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은 뒤 매입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총신대학교 운영이사회(남태섭 이사장)가 탐라대학교 매입을 거듭 보류했다. 운영이사회는 8월 10일 오후 1시 회의를 열어 탐라대 매입 검증을 위한 11인위원회의 제주 현지 실사 보고를 받았다. 11인위원회의 찬반 보고를 들은 운영이사들은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은 뒤 매입 여부를 가늠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초 열린 운영이사회에서 구성된 11인위원회는 그동안 2차례 제주 현지 실사와 1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그때마다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고, 결국 위원들은 하나의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날 보고는 찬성 이사와 반대 이사가 한 명씩 번갈아 나와서 각각의 검증 결과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2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반대 이사들 "학생 수급 절망적"…찬성 이사들 "절호의 기회"

▲옥성석 목사는 "전국대학 평가 하위 15%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학교 경영진이 매입 이후 운영을 과연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을까. 적어도 재단이사장과 총장을 위시한 학교 당국은 매입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며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마르투스 이명구

매입 반대 이사들은 학생 수급이 절망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준 목사(꽃동산교회)는 "2018년도부터는 고3 정원보다 대학 입학 정원이 많기 때문에 사립대가 미충원될 상황이라고 한다. 국공립대학도 정원을 감축해서 고통을 나누어 맡자는 분위기고, 부실대학 퇴출과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옥성석 목사(충정교회)는 "지리적 위치도 안 좋고, 외국 유학생 유치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의대·간호대 등 매력적인 학과 신설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는 "제주국립대학교의 등록률도 100%가 안 된다. 제주 현지에서 학생 조달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대 이사들은 총신 정체성이 흐릿해질 것도 우려했다. 이들은 "총신은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해야 할 학교인데, 사이버 대학을 하면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어중이떠중이를 다 받을 수밖에 없다. 질 낮은 지도자를 양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옥성석 목사는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옥 목사는 "적어도 재단이사장과 총장을 위시한 학교 당국은 이 일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대학 평가에서 현재 총신대는 하위 15%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학교 경영진이 매입 이후 운영을 과연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반면, 매입을 찬성하는 이사들은 종합대학 전환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전대웅 목사(고창성북교회)는 "탐라대 인수는 총신이 어떻게 하면 적자가 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대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학생이 적어도 4000명 이상 되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며 "1000억 원이 넘는 땅을 겨우 몇 백억 원에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약간 위험 부담이 있지만 운영을 잘해서 극복하면 된다"고 했다. 전 목사는 "전국 교회가 힘을 모아서 한번쯤 헌금하면 몇 백억 원은 들어온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경영 능력이 학교 발전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학교 운영 능력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학생 수급이 어려울 거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만약 학생이 모집이 안 되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책임지고 학교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김영우 재단이사장은 경영 능력이 학교 발전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중앙대도 경영진이 부실해 학교 상황이 엉망이 됐다. 우리보다 작은 교단이 운영하는 서울신대·평택대 등도 모두 지방에 가서 컸다"며 학교 위치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또 "사도바울 같은 마음으로 말씀드린다. 내가 비록 목회 능력은 없어도 학교 운영 능력은 자신 있다. 한번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신학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학생 수가 늘었다고 정체성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좋은 교수를 모셔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학생 수급이 어려울 거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 만약 학생이 모집이 안 되어서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책임지고 학교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이사들이 11인위원회의 찬반 의견을 들은 뒤 남태섭 운영이사장은 정일웅 총장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정 총장은 보직 교수 11명과 7월 26일 제주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면서 "총신대의 장기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했다. 반대 여론의 염려를 떨어내기 위해 제주캠퍼스 추진위원회(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오정호 목사는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검증을 위한 것으로 해야 한다. 태스크포스팀을 만들되 공신력 있는 기관에 컨설팅을 맡기자. 거기서 믿을 수 있는 보고서를 받은 뒤 토론해서 진행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운영이사회는 오 목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외부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인원 선정은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도록 했다. 태스크포스팀 구성에 대해 한 운영이사는 "한숨 돌렸다. 탐라대 매입 여부는 총신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인데, 논의는 고작 2달밖에 안 했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일웅 총장은 보직 교수 11명과 7월 26일 제주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면서 "총신대의 장기 발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했다. 반대 여론의 염려를 떨어내기 위해 제주캠퍼스 추진위원회(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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