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훈 교수(왼쪽)와 손봉호 교수(가운데)는 각각 <창조와 진화>, <한국 사회의 발전과 기독교>를 내고 책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창조와 진화>(SFC).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원장 양승훈 교수가 낸 신간 제목이다. 제목은 귀가 닳도록 들어 해묵은 느낌이다. 양 교수는 30년간 이 주제에 매달렸다. 이번 책은 창조론 대강좌 시리즈 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책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편이다. 7월 27일 용산 기독교세계관동역회 사무실에서 신간 출판을 기념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양 교수는 "책 저술을 위해 진화론 탄생과 관련된 수많은 현장을 철저히 조사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철저히 진화론을 파헤쳤다는 것이다. 그는 진화론의 산실이었던 런던 인근 다윈의 생가를 비롯하여, 최근 교과서 삭제 문제로 논란이 된 시조새 화석의 진본이 있는 베를린 훔볼트대학 박물관,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견했던 체코 제2의 도시 브린에 있는 어거스틴수도원 등 진화론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곳을 직접 찾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책은 사진 자료들로 가득 차 있다.

"진화론에 결정적 근거 없다"

양 교수는 진화론에 반대한다. 그가 창조론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라서가 아니다. "진화론은 그럴듯한 증거가 많지만, 결정적 근거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진화론자들은 "진화를 믿지 않는 사람은 천동설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지구가 둥근 것이 사실이듯 진화론은 사실이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견해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양 교수는 생물학자가 아니다. 그는 물리학자다. 그래서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물리학자로서의 엄밀함을 가지고 생물학을 볼 수 있었다. 과학적 정의에 따르면 창조보다 진화가 더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인 것이 진리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가 볼 때, 진화론의 많은 부분은 추측에 근거해 있다. 그럴듯한 증거는 많지만.

진화론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진화론의 정신 때문이다. 양 교수는 "진화론은 자존(自存)철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았다. 자존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외부의 초월적인 창조주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주 내재적인 법칙에 의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양 교수는 "초자연적 창조를 열어 두는 것이 해로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초자연적 현상을 닫아두면 지성이 이데올로기화해서 자폐가 되기 쉽다"며 "기독교 신앙을 떠나 외부의 초월적 공간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과학 성과 존중해야"

▲ 양승훈 교수는 "진화론에는 그럴듯한 증거가 많지만, 결정적 증거는 없다"며 진화론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뉴스앤조이 정재원
그렇다고 양 교수가 초자연주의만 강조하여 진화론의 과학적 성과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고백이 저절로 만물의 형성 과정까지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진화론의 '자연 선택설'과 같이 만물의 형성 원리를 설명하는 체계가 창조론에는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말씀과 우주의 형성 원리를 설명하는 '대폭발 이론'이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양 교수는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했지, 빅뱅으로 한 것이 아니다'는 말이 문법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철수는 서울에 공부하러 갔지 고속버스를 타고 간 게 아니다"는 말처럼 어리석다. 철수가 공부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듯이, 하나님이 대폭발의 형태로 천지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과학적 논쟁에서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오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학문적 논의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수년 전 창조론 대강좌 1, 2권 등을 출간하면서 창조과학회에서 퇴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부 성생활 지침서인 <하나 되는 기쁨>을 쓰고 나서 이단이라는 공격까지 받았다. 모두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헌신이 뒤집혀 광기가 된다"

양 교수는 잘못된 종교적 확신 때문에 일어났던 아픈 기억들을 되돌아보며 <헌신과 광기>(예영커뮤니케이션)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신앙인의 헌신이 자칫 광기로 빠질 수 있는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담았다. 양 교수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서로 형제로 여기고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손봉호 교수가 함께 참석하여 <한국 사회의 발전과 기독교>(예영커뮤니케이션)를 소개했다. 한국 사회 발전에 있어 기독교가 공헌한 일을 분야별로 엮어낸 책이다. 손 교수는 "기독교에 대해 저평가할 이유도 없고 과대 포장할 이유도 없다"며 "(이 책이) 한국 기독교를 알리고, 선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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