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6월 5일부터 7월 24일까지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김진호 목사의 책 <시민 K, 교회를 나가다> 출판기념 강좌 중 네 번째 강의 원고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강좌를 통해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1990년대 한국교회는 급속하게 성장이 지체되었고, 특히 200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전보다 1.4% 감소하였다는 결과에 직면하게 되었다. 고도성장에 맞추어 형성된 신앙적 주체,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신앙 제도는 상반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신앙적 정체성에도 심대한 위기로 체감되며, 제도 또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제도의 위기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해보자. 먼저 신학교는 고도성장에 맞추어 교육부 인가 학위든 교단 인가 학위든 학생 수를 부풀려 놓았는데, 졸업한 학생들이 마땅히 취업할 교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 이것은 교과 커리큘럼과 학생들의 관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학교는 교회 성장을 위한 교과과정이 확대되고, 학생들 또한 인문학적 비평보다는 실용적 활용성 중심으로 신학을 대하게 된다. 이것은 사회적 변화를 해석하고, 이러한 변화와 맞물리며 형성된 교회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평판을 극복하기 위한 신학적 소양이 결핍된 목회 후보자들이 신학대학을 나와 교회로 진입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둘째, 교회 또한 제도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교인의 감소와 교회에 대한 충성도의 이완 현상은 당장 교회 재정에 위기로 다가왔다. 성장 중심의 교회 운영은 교회 건축에 대한 과다 지출을 유발한다. 교회당을 크고 훌륭하게 짓는 것이 다른 교회들에 대한 비교 우위를 준다는 통념이 오랫동안 대체로 유효했던 탓이다. 하지만 교회의 성장률이 정체 혹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회 건축은 기대한 만큼의 효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교인들이 건축을 위한 부채의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또한 교인의 증가를 상상하면서 높은 건축비 부담을 감수해 온 신자들의 입장에서 그 부담감은 심리적 요인까지 겹쳐서 체감된다.

이러한 상황은 교회의 재정 운영에서 사회적 부조나 사회복지 활동을 위한 비용의 지출을 억제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가뜩이나 교회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하여 교회는 점점 더 사회로부터 격리된 고립된 성이 되어 간다.

셋째, 교회 간 연합체들의 위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대형 교회의 간섭에 더 시달리게 되었고, 그동안 교회협의회의 정체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녔던 인권위의 활동이 현저히 위축되었다. 또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포함한 주류 교회 세력의 이해를 반영하는 각종 기구들은 노골적으로 교회의 사적 이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은 이들 단체들의 활동에서 점점 더 실종된 것이다.

하여 교회는 점점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갔다. '이웃 없는 종교'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교회를 더 이상 선망의 공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더 퇴색된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교회를 더 혐오하게 되고, 교인들은 속속 교회로부터 퇴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학자와 목회자들, 신학생, 그리고 성도들은 그러한 시대를 읽는 안목은 물론이고, 참여에 관한 문제의식이 현저히 퇴화했다. 나아가 대부분의 교회는 '너머를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이러한 교회의 퇴행성을 보여 주는 구체적 사례를 이 강의는 두 가지 점에서 살펴볼 것이다. 하나는 설교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매매다. 첫째로, 설교는 개신교 제도에서 핵심적인 신앙의 장치다. 그러한 신앙의 장치가 어떻게 한국교회에서 운영되고 있는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설교의 운영 과정에서 살펴볼 것이다. 둘째, 교회 매매 문제는 오늘 한국 개신교의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여 이 두 사례 속에서 한국교회의 현재를 읽어내고, 위기의 구조를 조망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서 '너머를 상상하는' 대안 가능성에 대해 묻는 것, <시민 K, 교회를 나가다>의 네 번째 강의의 초점은 바로 이것이다.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시민 K, 교회를 나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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