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이 추락한 위상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 노력한 '6·25 국민 대회'가 이단 혐의 교단과 한기총 반대 교단의 협조 아래 무사히 치러졌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가 사활을 걸고 준비했던 '대한민국 지키기 6·25 국민 대회'(6·25 국민 대회)가 한기총을 반대하던 교단과 이단 의혹 교단의 협조로 무사히 치러졌다. 대회가 열린 6월 24일,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서울 시청 앞 광장은 수만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홍 대표회장이 가장 신경 썼던 인원 동원에는 성공한 셈이다.

▲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김삼환 목사였다. WCC 준비위 상임위원장인 그가 WCC 반대를 기도하는 대회에 등장한 것이다. 김 목사가 소속한 교단은 한기총과 관계도 악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김 목사는 홍 대표회장과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대회 참석자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김 목사는 세계교회협의회(WCC)한국준비위원회 상임회장으로 2013년 WCC 부산 총회 개최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한기총과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목사가 소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한기총에 행정 보류를 신청한 상태다. 그런데 그가 한기총이 주관하는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 김삼환 목사는 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한기총에 행정 보류를 통보하고 공식 행사에 일절 불참을 선언한 교단의 방침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은 김 목사의 등장에 약속이라도 한 듯 WCC 반대 목소리를 낮췄다. 김영우 한기총WCC반대대책위원장이 나와 'WCC 총회 개최 반대 투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기도했지만, WCC라는 이름은 단 한번 언급됐다. 김 위원장은 "종교 다원주의에 입각한 교회 연합을 물리쳐야 한다"고 기도했을 뿐이다. 기도 마지막에 가서야 WCC 반대를 외쳤지만, 찰나의 외침에 가까웠다. 순서지에 실린 김 위원장의 기도문에 "WCC 개최 반대 투쟁의 성공을 기원한다", "WCC 종교 다원주의자들과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등의 각오가 실린 것과 비교하면 한층 수위를 낮춘 기도다. 기도 시간도 다른 기도 제목에 비해 짧았다.

홍 대표회장은 6·25 국민 대회에서 WCC의 심각성을 홍보하고 반대 운동에 불을 붙이겠다고 주장해 왔다. WCC 반대 운동 홍보 영상도 상영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영상은커녕 WCC 반대 플랜카드나 현수막도 없었다. 홍 대표회장의 발언을 돌이켰을 때, 이날 대회에서 WCC 반대 발언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한기총으로부터 "여자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문서를 받은 조용기 목사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표회장은 조 목사를 "한국이 낳은 최고의 영적 지도자"로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한기총은 조 목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여자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공문과 함께 보낸 바 있다. 이 사실에 조 목사 소속 교단은 격분했지만, 오히려 조 목사는 자신의 제자인 최명우 목사를 한기총 총무로 추천했다. 이어 한기총이 주관한 대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한 것이다. 이영훈 목사도 뒤늦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WCC 반대'가 빠진 대회는 '종북 척결'에 집중됐다. 순서를 맡은 목사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전쟁에서 싸운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종북 좌파와 공산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외쳤다. '종북 정당 해체 궐기 대회'를 표방했지만, 구체적인 정당이나 인물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최근 한기총이 종교 편향 행태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의 해체를 구호로 외쳤다.

대회 인원 동원에는 다수의 교단으로부터 이단 의혹을 받고 있는 다락방전도운동(다락방)이 기여했다. 이단 전문지 <교회와 신앙>의 6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다락방 소속 교회들은 대회 전부터 주일 오후 예배를 6·25 국민 대회 참여로 대체한다고 홍보해 왔다. 이날 다락방 소속인 예원교회는 관광버스 20여 대로 교인들을 동원했다. 홍 대표회장 체제로 처음 치르는 대형 행사인 만큼 사람 수를 채우는 일이 중요했던 홍 목사가 다락방 도움을 받은 것. 홍 목사는 지난 95년 개최한 '광복 50주년 기념 대회'에서도 이단 의혹 관계자들을 참석시켜 소속 교단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 이번 행사 인원 동원의 일등 공신은 다락방 소속 예원교회다. 예원교회는 관광버스 20여 대로 교인들을 동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한기총의 정치 선동과 이단 연루 의혹을 예상했던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크워크(네트워크)는 대회 전날 성명을 발표해 자제를 촉구했다.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대회에서 기독교 신앙과는 관계없이 편향된 정치 구호와 막말만이 난무할 것이 뻔하다"며 "이념 대립을 부추기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지목한 집단을 동원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기독교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단들과 함께 행사를 개최하는데 분통을 감출 수 없다. 스스로 한국교회의 대표적 연합 기관이라고 내세우고 싶다면 이단과의 관계부터 끊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참석자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고 아멘을 외쳤다. 하지만 조용기, 김삼환 목사 등이 자리를 떠나자 함께 행사장을 나가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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