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연대가 조용기 목사 일가의 사유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혁연대는 "조 목사 일가가 교회 재정에 손해를 입힌 것에 대한 충분한 근거 자료를 가지고 있으며, 조 목사의 적절한 조처가 없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조용기 목사 일가 때문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총 2000억 원의 재산을 손해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백종국·오세택·정은숙)는 6월 13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목사 일가의 교회 재산 사유화 의혹을 공개했다.

개혁연대는 교회가 건물과 재단 등에 투자한 돈을 조 목사 가족들이 소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CCMM빌딩을 건립할 당시 1600억 원을 투입했으나 현재 600억 원밖에 남지 않은 사실, 영산기독문화원이 해산하면서 교회가 투자한 200억 원이 사라진 사실 등을 들었다. 교회가 조 목사의 승인 아래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사고 벤처 투자에 참여해 335억 원을 손실했다는 당회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교회가 570억 원을 들여 세운 영산조용기자선재단(조용기자선재단)도 조 목사 일가가 차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을 쪼개어 조 목사 일가가 다시 창립했다고 알려진 조용기자선재단은 현재 주요 직책을 모두 조 목사 일가가 맡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조 목사, 대표사무국장은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다. 최근에는 조 목사 아내 김성혜 씨를 공동이사장으로 올려 보건복지부에 승인 신청한 상태다.

조 목사의 여자 문제와 교회 세습 의혹도 제기됐다. 개혁연대는 지난 5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조 목사에게 보낸 공문에 언급된 조 목사 여성 추문을 당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조 목사의 두 아들이 현재 목사 안수 과정을 받는 것이 세습을 위한 준비가 아니냐고 물었다. 조희준 씨는 순복음총회신학교, 조민제 씨는 베데스다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조 목사는 6월 초에 한 골프 모임에서 "교단을 떠나 개척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연대는 "교회를 개척해 아들들에게 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에서도 조 목사 가족이 떠날 것을 주문했다. 개혁연대는 "언론 관련 학력과 경력이 전무한 조민제 씨가 일간지 회장을 맡는 명분은 조 목사 아들이라는 이유 외에 없다"며 "<국민일보>의 유일 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이 언론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심각히 의심되는 조 회장을 보호하는 모습에서 <국민일보>가 조 목사 일가의 손아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개혁연대는 조 목사 일가에 해명과 이해할만한 조치를 요청했다. 조 목사의 사과와 주일 설교 중단, 조용기자선재단과 <국민일보> 임원을 맡은 조 목사 가족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개혁연대는 "오는 6월 30일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이 없으면 법적 대응을 포함한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개혁연대는 지난 2004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2007년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교회 인사와 재정 운용에 대한 문제를 공개하고 경찰에 고발하려 했으나, 조 목사가 새벽에 급히 면담을 요청해 고발을 미뤄 달라고 부탁했다. 그 자리에서 참석했던 신흥식 교회문제상담소 소장은 "당시 조 목사가 '나만큼 명예와 부를 누린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모두 내려놓겠다는 진실성을 믿어 달라'고 직접 말했다"고 전했다. 조 목사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 소장은 "우려가 현실이 되는 슬픔을 맛봤다. 참으로 서글프다"며 기자회견을 하게 된 심경을 밝혔다.

방인성 개혁연대 집행위원은 "조 목사가 은퇴 후에도 교회와 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며 조 목사가 탐욕을 버리고 기독교 진리를 추구하기를 바랐다. 조 목사를 두 번 면담했던 방 목사는 "조 목사가 모두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교인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하나님 앞에 쓰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가족들은 조 목사의 그늘에서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조 목사 일가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4월 개혁연대가 개최한 '조 목사 이사직 사임 약속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제자교회 목사와 장로 150여 명이 몰려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조 목사 지지 인사들이 몰려오지 않았으며, 대신 수십 개의 언론사가 운집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기자회견에는 교계 언론 뿐 아니라 일반 언론까지 몰렸다. 조 목사 일가의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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