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가르침은 자발적인 가난, 주체적인 청빈 그리고 무소유를 기반으로 깨달음과 영성을 추구하고 있고 이것은 바로 환경운동이 근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과제입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종교인들이 연대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사무총장 김영락)와 한국불교환경교육원(원장 법륜), 천주교 환경문화원(원장 최용록), 원불교천지보은회(상임대표 남궁성) 등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의 종단별 13개 환경운동단체들은 5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조계사 불교회관에서 '종교환경회의(공동대표 김영락, 수 경, 이선종, 최용록)' 창립식을 갖고 환경보존을 위해서 종교인들이 연대, 협력하기로 결의했다.

김명자 환경부 장관,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문규현 신부 등 각계의 인사들과 각 종단별 환경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창립식은 각 종단별 생명살림의 기도, 김명자 장관과 최열 사무총장의 축사, 역동적인 몸짓으로 환경문제를 표현한 유진규 교수(유진규네 몸짓 대표)의 마임, 종교환경회의 참회문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환경문제에 큰 물꼬를 터 주길 기대한다"는 김명자 장관(사진 신철민)
김명자 장관은 먼저 "환경부가 나름대로 환경문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급속한 산업화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인구밀도 등, 수많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정책수행에 솔직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주무부처 장관으로써 느끼는 솔직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뒤이어 "환경부는 정책을 세우지만 실천 주체는 각 산업체, 지자체, 국민들이다"라며 "종교단체가 연대한 종교환경회의가 환경행정에 있어 큰 기대를 갖게 한다"고 종교환경회의 창립에 대한 큰 기대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동대표인 최용록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조물주께서 큰 은혜로 환경을 주셨지만 인간은 무분별한 욕심을 부려 이것을 파괴하고 있다"라면서 "생명의 존엄성과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일반시민단체나 개인보다 종교인들이 솔선해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또, "아름답고 풍요로운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종교인들에게 있음을 인식하고 각 종교단체들이 함께 연대해서 아름다운 사명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종교환경회의 창립에 따른 각오를 말했다.

종교환경회의는 앞으로 3개월에 1회 정도 포럼을 통해 각 종교간 환경관련 교리, 의식의 이해와 학습을 위한 정보교류와 금년 7월 중 현재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종교 환경단체들과의 폭넓은 연대를 통한 2박 3일간의 '종교활동가 워크샵'을 계획하는 등 향후 사업준비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 종교환경회의는 이 밖에도 전국적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입장 표명 및 공동대응, 공동환경실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환경적 병폐들이 우리사회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개인 및 단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실제로 개발주체들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리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까운 예로 '동강댐 건설 백지화',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 저지',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 백지화' 등 경제논리에 치우친 개발계획들을 막아낸 사례들이 있듯이 환경보존에 있어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주체적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 자연환경만이 아닌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사람들의 이익과 욕심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환경문제에 종교인들이 전면에 나설 것을 선포한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2천 년 전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고도 또다시 다른 생명들을 죽이는 우리들이 이제 깨닫고 평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게 하소서"라는 어느 그리스도인의 기도처럼 종교환경회의의 창립은 각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던 이들이 공통의 가르침을 하나로 묶어 갈등과 대립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세상을 향해 선포하는 아름다운 연합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교환경회의의 공동대표들 좌부터 김영락 목사, 최용록 신부, 이선종 교무,수경 스님(사진 신철민)

        
종교환경회의 참회문

우리는 그 동안
대량파괴를 통해 대량생산을 이루었으며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부추기고,
대량소비는 대량폐기를 초래했습니다.
대량폐기는 대량오염을 일으키는 가운데
생산과 소비, 그리고 파괴와 오염의 고리 속에서
뭇생명은 소리도 못 지른 채 죽어갔지만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우리는
말 못하는 짐승과 식물들이 내지르는 침묵의 절규를 듣고도
짐짓 못 들은 척 외면해왔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살다 간 성자들은 한결같이
수평선 위로 무심히 흐르는 한 조각의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풀잎까지도 우리 모두가
생명이라는 하나의 근원에 이어져 서로서로 관계의 그물을 짜고
서로가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임을 말해주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타 생명의 존재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들에 핀 하얀 민들레
계곡의 가재, 갯벌에 숨은 조개도
태어날 때 입고 나온 옷 한 벌이면 충분히 빛나는데...
우리는 장롱 가득 옷을 쌓아두고도
백화점 세일 때마다 새 옷을 사들이고
아직 쓸만한 물건이라도 신제품이 나오면 서슴없이 바꾸며
매일 매순간 썩지 않은 쓰레기를 쏟아냈지만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존재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잠시동안 만들어낸 쓰레기더미는
수 천년 동안 지구상에 남아 우리의 삶과 만남을 기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단지
기본적인 생존욕구만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위기상황은 도래하지 않았을 테지만
우리는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자연의 은은한 빛깔과 소리,
자연의 담백한 맛을 잃어버렸고
숲 속의 신선한 공기를 잊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우리가
골프와 스키를 타며 운동을 즐기는 동안
토끼와 산새들은 자신들이 거처할 둥지와 굴을 잃었고
시멘트로 도로를 말끔히 포장하자
땅 밑에서 움트던 새싹들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시들어버리고
밀림 속에서는 죄 없는 동물들이
값비싼 모피를 찾는 사냥꾼의 추격에 쫓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 코 귀 입 그리고 촉감을 위해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지만 만족해 할 줄 모르고
五感의 노예가 되어 감각적 쾌락을 좇아
그 동안 너무 많은 희생해 왔음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강물에 떠오른 물고기와 누렇게 말라죽은 나무들
봄이 되어도 과수원을 찾지 않는 벌 나비,
이들이 사라지면서
우주 생명계를 잇고 있는 관계의 그물망이 줄줄이 풀려나가
이제는 나 자신의 생존까지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아름다운 생명의 집인 초록의 지구는
머지않아 전복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 오늘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생명의 존귀함을 모르고 함부로 저지른
모든 허물과 어리석음을 아파하며
사라져간 수많은 동식물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
뿌연 하늘과 붉은 빛 바다, 오염된 땅, 망가진 숲 앞에 꿇어 엎드려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희의 큰 탓이옵니다!」외치며 가슴을 칩니다.

이제 우리는
이웃을 내 몸같이 여기고
자연이 나의 가장 소중한 벗임을 깨달아
댐 개발, 골프장 건설, 에너지의 과다소비 등으로 인해
죽어갈지도 모를 수많은 생명을 먼저 생각할 것을 약속합니다.
또한 이 시대의 당면과제인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해서도
뭇생명의 고통을 외면하는 개발위주의 정책에 과감하게 맞설 것임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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