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고 싶은 사람에게 뺨 때린 격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김청 홍보국장은 단군상 파손 문제로 7명의 목사와 장로가 구속된 사건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단군상 설립을 반대하던 기독교계 움직임은 지난해 여름을 고비로 일반 사회의 냉담한 시선에 밀려 한풀 꺾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 불구속 재판을 받던 성직자들이 무더기로 법정 구속되면서 꺼져 가는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은 단군상 철폐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단군상 문제 기독교대책위원회' 공동회장 이만신 목사(한기총 대표회장)는 "단군상 철폐 운동은 한문연 이승헌 총재가 '단군상을 더 이상 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고, 정부 역시 난색을 표명해 그 동안 잠잠했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하고 "그러나 현재는 공공장소에서 단군상을 근본적으로 철폐하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만신 목사의 설명처럼 단군상 훼손에 대한 죄의 유무를 떠나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현직 성직자의 전격적인 법정 구속 사태는 '기독교 탄압'이라는 확실한 빌

▲이만신 목사
미를 제공해, 단군상 철폐 운동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던 교계 단체와 교단들까지 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만든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진보그룹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조차 목사 등 7명 구속 사태에 대해 "도주의 우려가 없는 사람들을 구속한 사법당국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향후 진상을 파악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거나 형평에 어긋난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사법당국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KNCC의 이 같은 입장은 단군상 철폐 운동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이해돼, 보수 진영뿐 아니라 진보그룹까지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또 KNCC는 "현재 사법당국에 고소 고발된 수많은 정치인들이 재판에 불응하고 있고 그 일로 사회정의 실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너무도 큰 현실에서 유독 종교인들에 대해 구속조치를 취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이번 사안을 교회의 위상과 권익 수호 차원에서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내 비쳤다.

성직자 대거 구속 사태는 단군상 문제를 그저 넌지시 지켜만 봤던 KNCC까지 끌어드렸을 뿐 아니라 구속된 성직자들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과 통합측을 포함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측, 한국기독교장로회 등까지 단군상 철폐 운동에 적극 나서는 도화선이 되고 말았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은 구속된 목사 가운데 안수식(신영주교회) 김주섭(영동교회) 이명희(염광교회) 목사 등 무려 3명이나 포함돼 있어, 사뭇 사법당국을 향해 날카로운 전의(?)를 불태우는 한편 단군상 철폐 운동에 전 교단 차원의 역량을 기울일 태세다.  

통합측은 5월 8일 총회장 박정식 목사 명의의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교단 소속 목사 3명을 포함한 성직자 7명 구속 사태는 놀라운 일이다"라고 평하고 "도주의 우려도 없을 뿐 아니라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성도들을 돌봐야 하는 주일 직전인 금요일에 구속한 것은 지극히 감정적이며 한국교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다소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통합측은 또 구속 성직자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단군상 건립의 불법성과 불순한 의도를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전국 6500교회 225만 교인들이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측과 더불어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합동측 역시 김세원 목사(영주교회)와 정해영 장로(동부교회) 등 2명이 구속되자, 5월 7일 총회장 김동권 목사 등이 참가한 총회 임원회에서 '구속자 석방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마침 서울 충현교회(김성관 목사)에서 약 4000명이 참가하는 '목사장로 기도회'를 개최 중인  합동측은 이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그 효과는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도 고신측과 기독교대한성결교 측에서도 조만간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성직자들이 수감된 안동지역에서는 이미 5월 6일 3000여명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린 것을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적인 시위가 전개될 양상이다.

특히 한기총과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정진경 목사),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회장:최해일 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포럼(회장:한완석 목사) 등 4개 단체가 연대한 단군상문제기독교대책위원회(이하 단대위, 본부장:길자연 목사)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교육부, 행자부, 법무부, 문광부 등 관련 부서 장관에게 공공장소에서 단군상 철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2차로 단군상이 세워진 해당 기관 및 단체장에게도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한을 보내고, 그래도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공공장소에서 단군상이 사라지게 하겠다는 초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군상과 관련된 법정 소송은 단군상을 특정 종교 상징물로 볼 것인지 여부가 관건. 따라서 이 문제는 기독교나 한문연은 물론 일반 사회까지 단군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과 시비 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전개되는 기독교계 단군상 철폐운동 제2라운드는 성직자 대거 구속 사태가 낳은 '기독교 탄압'이라는 새로운 호재(?)까지 겹쳐 과거에 비해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현재 교계는 '단군상을 철폐하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펼치고 있어, 이번 제2라운드는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무제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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