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관 집사가 제시한 고북감리교회 예산서 및 결산서. 오른쪽이 2006년 예산 내용이다. ⓒ뉴스앤조이
2006년 1월 충남 서산에 있는 고북감리교회(감리회·충남서산시고북면·이상조 목사)의 홍종관 집사와 김철주 장로 그리고 또 한 명의 장로는 이상조 담임목사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내용은 "다음 주부터 교회에 나오지 말라"는 것. 영문을 몰랐던 이들은 담임목사에게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새벽 2시까지 기도해본 결과, 하나님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상처를 받아 그 뒤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목사 말 안 들으면 자식이 죽는다고?

담임목사는 왜 이들에게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했을까. 사건은 2005년 12월부터 시작됐다. 2005년 12월 홍종관 집사를 비롯한 일부 교인들은 이상조 목사에게 남선교회를 만들자고 건의했다. 이들이 남선교회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이렇다. 당시 교인이 상을 당했는데, 남선교회가 없어 조직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남선교회를 만들어 주변에 복지관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일단 담임목사에게 운을 띄운 뒤 올 1월에 있었던 당회에서 남선교회를 만들자고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 목사는 남선교회를 만들자는 제안은 거절한데 반해, 여선교회는 세 개나 만들었다. 홍 집사의 제안을 거절한 이 목사는 바로 부흥회를 열었다. 부흥회 강사로 초청된 윤 아무개 전도사는 3박 4일 내내 교인들을 향해 저주를 쏟아부었다.

"목사 말 안 들으면 자식이 죽는다" "이 교회에 마귀가 세 명(홍종관 집사와 남선교회를 만들자고 제안한 교인을 지칭) 있는데, 여러분이 기도 많이 해라" "목사에게 충성해라" 등의 설교가 마구 쏟아졌다.

부흥회 이후 남선교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던 이들은 교회 내에서 꼼짝없이 마귀로 몰렸다. 교인들 역시 이들을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다. 홍 집사는 "목사가 부흥회를 통해 순진한 시골 교인들을 세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북감리교회는 1953년 설립됐으며, 올해로 53년이 됐다. 이상조 담임목사는 올해로 26년째 담임목사를 하고 있다. 이 목사의 행동을 보고 실망한 아무개 집사 역시 그 뒤로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 고북감리교회 전경. 이 교회는 지난 2001년 건물을 새로 지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예산 2억 원 중 8000여만 원이 목사에게

이들은 지난 53년 동안 교회에 감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재정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지난해 당회 당시 교인들은 김철주 장로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이 목사가 이를 거절했다.

홍 집사가 입수한 2005년 결산 및 2006년 예산보고서를 보면 더욱 가관이다. 우선 이 목사에게 들어가는 돈을 살펴보자. 2006년 예산의 경우 고북감리교회는 모두 2억 원의 예산을 세웠다. 이 예산 역시 이 목사 혼자 세웠다는 것이 홍 집사의 주장이다. 일단 △사례비 연 3000만 원 △상여금 1750만 원 △퇴직적립금 1180만 원 △목회비 600만 원 △도서비 480만 원 △여비 470만 원 △자녀교육비 500만 원 △시탄비(연료비) 160만 원 등 모두 8140만 원이 목사에게 들어간다.

이 밖에도 전화료·공과금·접대비 등 모든 지출액에 교회 사택에서 쓰는 돈도 들어가기 때문에 이보다 더 많다는 것이 홍 집사와 쫓겨난 교인들의 주장이다. 홍 집사와 교인들은 앞으로 이번 사건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감리교단의 지방회와 연회를 찾아 이 목사의 그동안 행동을 밝힐 생각이다.

한편 이 목사는 4월 1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그 사람들은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다"며 "나는 하나님의 심부름을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듣고 싶다는 기자의 제안에 "좋은 얘기도 아닌데, 만날 필요까지 있느냐"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