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회 참석자들은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따르기로 했다. 평택 대추리를 위해 기도하는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유헌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 4장 2절).

평택 대추리를 평화의 마을로 만들기 위한 기독인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100여 명의 기독인들은 3월 1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대추리 평화마을 천막교회 설립 준비기도회'를 열고, 미군기지 확장으로 삶의 터전을 이주해야 하는 주민들을 위해 기도했다.

예배는 징울림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이어 △평택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을 위해 △천막교회 설립과 평화지킴이들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자주통일을 위해 침묵으로 기도했다.

▲ 조헌정 목사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기독인들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유헌
요한복음 2장 13절에서 22절의 말씀으로 설교한 조헌정 목사(향린교회)는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는 하나님나라의 확장과 교회의 성장을 동일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진정한 하나님나라의 확장은 가난한 자와 억눌린 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조 목사는 이어 "예수님이 모세에게 애굽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대추리로 가라고 명하신다"며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천막교회가 현재 평택 대추리에서 억압받고 있는 민중들이 자유케 되는 역사가 일어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래 교회의 역할은 예언자적인 역할과 제사장적인 역할이 있는데, 지금은 제사장적인 역할만 강조되고 있다"며 "두 개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교회는 오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 교인이 1000만을 넘는다고 하지만 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은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기독인들의 움직임은 기도회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3월 18일 오후 3시 평택 대추리에 천막교회를 설립한다. 이들은 천막교회를 설립함과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릴레이 금식기도회에 돌입하며, 평택 대추리에 대한 기독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온라인에 설교를 발표하는 등 대추리를 지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 참석자들은 예배가 끝난 뒤 기독교회관 앞에서 간단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유헌
천막교회는 군산살림교회·생명선교연대·향린교회·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희년마을교회 등 12개의 교회와 단체가 주체가 되어 세워지게 된다. 이들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기독교 연대 모임'(가칭)을 만들어 대추리 천막교회에 담임목사를 파송하고, 교단 등록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참석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화해와 평화의 주로 고백하는 신앙인들로서 평택을 외면한다면,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거절하는 반신앙적 행위인 것을 다시 한번 고백한다"며 "미군기지의 이전 불가는 물론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못 하나도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대추리 평화마을 천막교회 설립 결의문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이사야 4장 2절)

우리는 지난 2월 12일 대추리에서 함께 평화예배를 드리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전인 이 땅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의 문제는 평택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이는 어느 지역의 땅이 얼마만큼 미군기지화 되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생존권의 문제가 달린 신앙의 문제요, 교회의 과제임을 함께 인식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팽성 주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였다. 이에 주민의 허락 없이는 못 하나, 철조망 한 조각이라도 이 땅에 들어올 수 없으며, 정부의 강제적 토지수용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현 정권은 이 땅의 민중들 편에 서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적 압력을 단호히 물리칠 것을 강력히 촉구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현 정권과 미국은 생명살림의 터전인 땅을 빼앗고, 이를 살육과 파괴를 위한 전쟁의 전초기지로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저버리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예수그리스도를 화해와 평화의 주로 고백하는 신앙인들로서, 우리가 이곳 평택을 외면한다면, 한반도가 동북아의 화약고, 전쟁의 전초기지가 됨은 물론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거절하는 반신앙적 행위인 것을 다시한번 고백하며, 우리는 이곳에 절대로 미군지기가 이전되어서는 안 되며, 못 하나라도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분염히 선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 신앙인들의 이러한 신앙고백을 담아 대추분교 내에 천막교회를 설립하고자 한다. 우리가 설립하고자 하는 천막교회는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고, 이 땅 가운데 당신의 나라가 온전히 실현되기를 온전히 바라시는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고자 하며, 우리들에게 이러한 천막교회를 짓도록 만들어주신 이는 매순간마다 평화의 씨앗들을 우리에게 부여해주시는 성령님임을 고백한다.

우리는 천막교회를 통하여 전쟁과 폭력을 증오하고,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온 세계 인류의 양심을 담고, 이 땅에 온전한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염원을 담아 평택의 민중들과 강력히 연대할 것이며, 예수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전국의 모든 교회, 나아가 세계의 모든 교회들과 더불어 투쟁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자 한다.

2006년 3월 16일 대추리 평화마을 천막교회 설립준비기도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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