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예정인 광림교회 담임목사직 세습 감행과 관련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을 중심으로 한 8개 기독교 단체 대표들은 3월 22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광림교회 세습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과 ▲세습 추진으로 교회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할 것 ▲세습을 반대하는 광림교회 성도들에 대한 부당한 억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기윤실, 기독시민사회연대, 감리교 교회세습중지서명운동본부,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 새벽이슬 등에서 손봉호, 강영안(기윤실) 이만열(기독연대) 지인식(서명운동) 김종희(뉴스앤조이) 이진오(새벽이슬) 서재석(복음과상황) 등이 참여했으며, KBS MBC YTN 한겨레 중앙일보 대한매일 경향신문 등 일반언론과, 교계언론에서 약 4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했다. (KBS 저녁뉴스)

손봉호 교수가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이처럼 슬픈 모습을 보이게 된 것에 대해서 사회에 죄송하고 우리 자신에게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인사말을 꺼낸 뒤, 강영안 교수가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세습반대운동 경과를 보고했다. 이만열 교수는 "광림교회 담임목사직의 부자세습이 복음의 정신과 한국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성경적 행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세습 감행이 중단돼야 할 이유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기독 단체 대표들은 ▲세습이 중단되지 않으면 3월 25일 예정된 '담임목사직 세습감행을 슬퍼하는 성도들의 침묵집회'를 개최할 것이며 ▲3월 25일 예정된 세습 위임예배에 참석한 교계지도자들의 명단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고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직 세습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해 범교회적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 단체 대표들이 한기총을 방문해 세습반
대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신철민)
약 한 시간 가량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표들은 조를 나눠 한기총, 교회협, 감리교 본부 등을 각각 방문해 기독단체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3월 25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광림교회 앞 현대고등학교 입구에서 침묵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이보다 앞선 23일 저녁에는 세습 중단을 위한 기도회를 각자 갖기로 했다.

<광림교회 담임목사직 세습 감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며 사회에 복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의 한결같은 희망입니다. 이 소망을 위해 우리는 수많은 교역자와 평신도의 물심양면의 지원 속에서 기쁨으로 교회개혁을 위한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한국의 한 대표적 교회의 담임목사 취임을 오히려 비탄과 슬픔 속에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림교회 담임목사직의 부자세습이 복음의 정신과 한국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정면에서 거스르는 반성경적 행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한국의 일천만 교인 앞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세습 감행이 중단되어야 하는 이유>

1. (이기적 혈연주의) 기독교는 혈연의 종교가 아니라 언약의 종교입니다. 언약공동체인 교회에서 직분의 배분에 혈연적 요인이 개입되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2. (권위주의적 지도체제) 담임목사직의 부자세습은 한국교회의 고질적 병폐인 담임목사의 권위주의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입니다. 후임목사가 아무리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하더라도, 담임목사가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한국교회의 정책결정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목사직 세습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3. (물량적 성장주의) 담임목사의 직분을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교회가 이미 물량적 성장지상주의에 깊이 침윤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자본주의적 탐욕과 천박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속의 퇴행적 윤리에 자청하여 편입되었음을 고백하는 부끄러운 행위입니다.

4. (목회 윤리의 실종)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한국교회의 신앙적 선배들이 고난 가운데 성취한 복음사역의 값진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것은 오늘도 험난한 목회의 길을 묵묵히 걷거나 준비하는 수많은 부름 받은 일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절망감을 안겨줄 것입니다.

5. (한국교회에 미치는 악영향) 광림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은 결코 특정 개교회의 문제로 한정될 수 없습니다. 교역자의 명예스런 직분을 사유화하는 반교회적 세습행위를 정당화하는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문제입니다.

6. (복음선포의 걸림돌)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공적 영역에서도 혈연의 사적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입니다. 광림교회 담임목사직의 대물림은 세속의 눈으로도 반사회적이며, 이미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도덕적 냉소와 체념을 더욱 부추킬 것이 자명합니다. 이로써 복음의 선포와 확장은 중대한 장애에 부딪칠 것입니다.


▲이만열 교수가 세습 감행 중지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신철민)

<우리의 요구>
1. 광림교회는 세습결정을 즉각 철회하십시오.
2. 세습 추진으로 교회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십시오.
3. 세습을 반대하는 광림교회 성도들에게 대한 부당한 억압을 즉각 철회하십시오.

<우리의 행동>
1. 세습이 중단되지 않으면 3월 25일 예정된 '담임목사직 세습감행을 슬퍼하는 성도들의 침묵집회'를 개최할 것입니다.
2. 3월 25일 예정된 세습 위임예배에 참석한 교계지도자들의 명단을 언론과 인터넷에 공개할 것입니다.

3.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직 세습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범교회적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2001년 3월 22일
담임목사직 세습감행을 슬퍼하는 기독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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