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교회 성도들에겐 꿈이 열 가지 있다. 그 중 둘은 이렇다. 하나는 "고통받는 통영의 이웃을 돌보는 사회복지센터를 건립하여 성도들에게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감동적인 선한 이웃의 역할마당이 되게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교회갱신과 사회변혁, 그리고 세계선교의 조용한 누룩이 되어 통영을 섬기는 것"이다.

표어도 "통영을 치유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열방교회"다. 그들의 기도엔 언제나 통영 통영이란 말이 쉴 새 없이 반복된다. 그래서 통영이란 말은 그들에게 있어 통영 그 이상의 무엇을 갖기에 이르렀다. 통영이란 말 한 마디로 금새 눈물을 흘리고 마는 사람들, 마치 통영 사랑에 푹 빠져버린 듯한 애틋함이 들 정도다.

통영은 사방이 꽉 막힌 성 같은 곳이어서 소문이 빠르다. 교회에 분쟁이라도 생기면 소문은 금새 통영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통영은 교회의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훨씬 큰 부정적 이미지들을 시민들에게 심어놓았다. 열방교회는 그러나 그 반대를 생각한다. 좋은 소문도 그만큼 빨리 시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물론 소문을 겨냥한 시위성 섬김은 아니지만 요즘 통영시민들에게 열방교회는 분명 '행복한 교회' 모습을 충분히 심어주고 있다.

열방교회에서 일어나는 디아코니아 목회는 '공동체 사역'의 이름으로 진행된다. 모두 여덟 개 공동체 가운데 장애우공동체, 독거노인공동체, 영적부모공동체, 학습지도공동체, 청소년선도공동체, 호스피스공동체 등 여섯 개가 통영에 대한 열방교회의 사랑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준다.(각 공동체의 사역 내용은 표 참고)

열방교회의 섬김공동체가 갖는 특징은 무엇보다 관계의 지속성이다. 여기 저기 찔끔찔끔 일을 벌이고 수습도 대책도 없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모습이 그들에겐 경계항목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매주 관계를 가진 이들을 꾸준히 섬기고 이들과 인간적인 깊은 교제로 나아간다. 이미 왔다 가버린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아온 이들은 마음 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처음 마음의 담을 헐기까지는 모두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심야기도회에서 이런 마음들이 쏟아져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을 열어 보일 때면 온 교인들이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과정을 밟아 관계를 턴 이들이 교회가 무슨 큰 행사를 할 때면, 가령 시민초청공연이나 추수감사절축제, 성탄축제 등 뭔가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초청하면 어려움 몸을 이끌고 참여한다. 이런 날은 여기 저기서 노인과 장애인들을 등에 업고 오가는 광경이 흔하다.

물론 자연스럽게 교회와의 거리도 좁혀 갈 것이다. 어느 순간 그들이 성도의 공동체 속으로 초청 받을 것을 미리 기대하는 것 또한 힘든 섬김사역을 충분히 격려하는 거리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겐 중요한 기도제목이 있다. "섬기는 이나 섬김을 받는 이 모두 섬김사역 그 자체에 목적을 두게 해 달라고, 그러나 섬김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하나님의 사랑임을 잊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통영을 향한 열방교회의 사랑은 의외의 선물을 하나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성도들의 하나됨이다. 교회가 밖에 관심을 가질 때 교회 안도 튼튼해진다는, 낡았지만 늘 놓치고 있는 공식을 확인했다. 필립 얀시가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에서 사례로 든 시카고 러셀교회 사례와 흡사한 경험이 열방교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얀시는 교회가 "밖을 봐야 한다"는 항목에서 이런 사례를 들었다.

"시카고 러셀교회에서 나는, 교회의 선교란 바로 내 이웃의 절박함에 손 내미는 것임을 배웠다. 그토록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별다른 분규가 없었던 이유 하나를 대보라면 나는, 날마다 우리와 같은 거리를 오가는 지역공동체 사람들에게 다가서고자 교회 회중 전체가 한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갈등이란 아무래도 나를 먼저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타인을 섬기려는 마음이 분주하면 나 자신은 그만큼 덜 생각하게 된다."

열방교회의 통영사랑은 이제 자연스런 확장단계에 들어섰다. 시민들이 절박하게 바라는 정보를 교회소식 몇 가지에 함께 담아 발행하는 <열방신문> 제작을 비롯해 바른교육운동 차원에서의 학교설립, 복지시설을 통한 전문복지사역 등에 대한 관심 증대가 그것이다. 꿈을 주신 하나님께서 그들이 '처음의 순수한 결심'을 놓치지 않는 한 언젠가 적절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임을 그들은 신뢰한

▲(사진 김승범)
다. 그리고 이런 꿈과 신뢰가 열방교회를 건강하게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된다.

<관련기사>열방교회의 섬김공동체와 그 내용

*장애우공동체 : 보이는 장애인의 모습이 안보이는 우리의 참 모습이다는 자세로 지역의 장애인들 일부를 섬긴다. 목욕, 산보동행, 세탁, 차량지원, 한글과 언어교육 등.

*독거노인공동체 : 외로움과 절망 속에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에게 미소를 찾아주자는 마음이다. 청소, 밑반찬, 목욕, 세탁, 안마와 대화, 문안전화, 중보기도, 신앙나눔 등

*영적부모공동체 : 소년 소녀 가장들에게 인생의 조언자가 되려한다. 가정에 초청해 식탁을 나누고 잠도 함께 자며 친구관계로 만든다

*학습지도공동체 :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 가정환경으로 과외가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이동스쿨'을 연다.

*청소년선도공동체 : 10대의 마음을 함께 갖고자 하는 이들이다. 학교와 사회가 문제아로 낙인찍은 아이들, 그 막다른 골목에서 그들의 길을 찾아준다. 대화와 관계가 우선이다.

*호스피스공동체 : 지역 병원에 입원한 말기환자와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하는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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