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조계종에서는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성탄 축하 현수막과 성탄 트리를 게시한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성탄 축하 메시지가 발표되었고, 현수막과 성탄 트리가 게시되었다. 이러한 조계종의 움직임은 요 몇 년 동안 계속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스컴은 뉴스(news: 새로운 일)거리로 보도하고 있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조계종의 축하 행위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 이유는 내가 기독교인도 품을 수 있는 불자들보다는 마음이 편협하고 옹졸한 때문일 것이다. 수행으로 갈고 닦은 불자들의 너그러운 마음을 아직 나는 갖지 못한 이유가 큰 이유일 것이며, 예수님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은커녕 우리 옆에 와 있는 불자 이웃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마음이 내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조계종의 성탄 트리와 메시지가 달갑게 여기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그동안 조계종은 기독교와 기독교 신자들에 대해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어왔기 때문이다. 1년 365일 가운데 대부분의 날들을 비난하는 일에 매달리다가, 성탄절만 되면 축하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그동안 조계종은 조직적으로 (종단적 차원에서) 기독교가 배타적인 기독교임을 비난해왔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종교라고 비난해왔다. 조계종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은 기독교회 중에서 다원주의적 입장을 견지하는 소수의 교단과 교회뿐이었다. 그 외의 교회에 대해서는 서슴없는 비판을 해왔다. 심지어 개독이란 표현을 불자들 사이에서는 서슴없이 써왔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은 조직적으로 (종단적 차원에서) 기독교인들의 신앙 행위에 대해서 비난해왔다.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진 정치인들을 비난해 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 시장이 기독교 집회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한 말을 가지고 트집 잡았다.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말하는 것은 서울시 예산을 교회를 위해 쓰겠다는 말도 아니고 강제로 서울 시민을 개종시키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내가 이해한 대로는 기독교적인 정신으로 서울시를 섬기겠다고 한 것에 불과한데도, 조계종은 하나님이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나는 정치인 이명박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가정 하에서) 개인의 신앙을 드러낼 줄 아는 이명박은 지지한다. 최근 문봉주 대사의 신앙 간증이나 성경공부에 대해서도 불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있었으며, 군대 내에서 이루어지는 기독교 활동에 대해서도 조직적인 반발을 일삼는 것이 조계종이었다.

이러한 조계종의 기독교에 대한 비난 행위는 종단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기독교인들이 불교 사찰이나 불상을 훼손하는 행위가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종종 불교도들의 조직적 반발에 대해서 기독교 내에서도 조직적 대응의 필요가 느껴진 적도 있지만, 불교처럼 기독교를 비난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성탄절 메시지와 현수막과 트리는 어떤 의미에서 불교도가 가진 이중적 전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조계종의 메시지와 현수막과 트리는 "불교는 기독교도 포용할 수 있는 너그러운 종교인데, 기독교는 남을 인정할 줄 모르는 배타적이고 편협한 종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조계종은 무학대사의 전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보고 얼굴이 돼지처럼 보인다고 하자, 무학대사는 이성계의 얼굴이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응답하면서,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겁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성계가 돼지이고 자신은 부처임을 말하고 싶었던 무학대사처럼, 오늘날의 조계종은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던지면서, 기독교는 돼지이고 불교는 부처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불자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축하하고 싶다면, 성탄 메시지를 더이상 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조계종에 걸린 위선적인 현수막을 내리고 성탄 트리를 거두는 것이 "속이 좁은" 나와 같은 편협한 기독교인들을 배려해 주는 길일 것이다. 계속해서 성탄절 축하 메시지를 발표하고 성탄 트리를 장식하는 것은 언론 플레이를 통해 기독교를 비난하고 불교가 우월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아직 수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속세적 조계종일 수밖에 없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내 속에 있는 진심을 숨기지 않겠다. 나는 예수님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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