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최진실이었습니다. 질투, 그대 그리고 나, 별은 내 가슴에, 아파트….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늘 일등이었고, 광고는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가도 무조건 떴습니다. 청룡영화제, 대종상 등을 휩쓸었고, 이상형의 배우자 투표에서도 일등, 며느리감 투표를 해도 일등이었습니다. 그렇게 잘나가던 그녀의 추락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올 여름, <장밋빛인생>으로 다시 그녀의 팬 곁에 찾아왔습니다.

첫 회가 방송되자마자 언론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여인 최진실을 보고 놀랐습니다. 맹순이, 이름조차 촌스러운 억척아줌마, 재활용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을 뒤적이며 자신이 입을 셔츠를 찾아내고,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는커녕 이혼을 강요당하며,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고, 홀아비인 친정아버지를 위하여 빨래와 밑반찬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친엄마와 청춘을 바치며 공부시킨 남동생으로부터 버림받은, 지독히도 불행한 여인으로 우리 앞에 찾아온 것입니다.

쿨한 여인의 대명사로 기억되었던 그녀, 남편은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대놓고 선전하던 그녀는 그러나 이제 남편을 놓지 못해 질척대고, 쿨 하기는커녕 뜨거운 신파의 주인공으로 다가왔습니다. 40%의 국민들은 수요일과 목요일 맹순이로 돌아온 최진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의 연기에는 그녀의 불행한 시간이 겹쳐져 있었을까요? 드라마에 대한 비평가들의 최루성 신파의 저급성 비판에도 시청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생은 쿨 할 수 없다고, 그게 우리의 인생이며 사랑이라고 또 쿨 하기를 강요하는 너희들도 한번 살아본 다음에 그딴 소리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는 모진 세파의 한 자락을 맛보고 돌아온 최진실이라는 연기자가 있었습니다.

박명철 / 월간 <느티나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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