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수많은 꽃이 핀다. 장미도 아름답지만 가을의 국화도 아름답고 새 봄의 매화도 곱다. 그렇게 제각기 제 있는 땅에서 고운 꽃을 피움으로 창조주의 영광을 찬양한다. 교회도 어쩌면 수많은 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제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에서 농촌에서, 빈자와 부자와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청년과 노인이 함께…, 그러나 하나 같이 하나님을 선명하게 그리며,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교회란 이런 문화적인 배경을 안경 삼아 제대로 보아야 하며, 그저 내가 가진 잣대로만 재고 자르다 보면 어느 새 하나님이 그 교회를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열방교회(김종원 목사)는 통영이란 '영적 가시밭'을 토양으로 피어난 꽃이다. 주위에 큰 대학들이 있어 청년들의 발길이 빈번한 그런 환경도 아닐 뿐더러, 고학력 고임금의 중산층들로 가득 찬 고층 아파트 밀집지역 같은 인프라도 없다. 더욱이 웬만한 도시에선 흔하디 흔한 '경배와 찬양'의 소문조차 드물 정도로 기독교문화가 척박한 땅이다. 그럼에도 다툼과 분열의 부끄러운 소문은 교회를 둘러싸고 언제나 오르내렸으며, 이런 환경 탓인지 기독교인 인구도 10%를 밑돈다. 그래서 열방교회의 몸짓 하나 하나는 신선한 향기인 동시에 이 지역의 교회를 향해선 설득력 있는 도전인 셈이다.

이 뜨거운 몸짓의 중심엔 청년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열방교회엔 청년부가 없다. 회장이나 총무 따위의 임원도 없으며 회칙이나 청년부실도 따로 없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250여명의 성도들 중 어림잡아 100명 정도가 20세 이상의 미혼 청년들이며, 이들이 교회를 수레로 비유할 때 양쪽 바퀴역할을 한다. 주일학교 교사로, 찬양팀과 워십댄스팀 드라마팀 등 문화사역자들로, 장애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말기환자 등을 섬기는 지역섬김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 저기에 속해 나름의 활동을 감당한다. 나아가 교회에 처음 나오는 새 가족들을 위한 사역과 청소년 선도, 해외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지원하는 활동까지 청년들의 참여는 구석구석 닿아 있다.

열방교회 청년사역은 이처럼 몇 가지 독특한 모습들이 있다.

우선 위에 언급했듯이 그들은 '전방위 사역'을 지향한다. 그러니까 교회생활이 곧 사역이 되고 사역이 곧 청년부 생활이 되는 셈이다. 청년부 따로 교사 따로, 또 무슨 부서 따로 식의 '부서이기주의'는 애당초 끼어 들 틈이 없다. 마치 "교회는 내가 지킨다" 식의 이런 청년문화는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여기엔 무엇보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오랜 기간의 공동체 생활이 토대가 됐다. 예식장 한 층을 개조해 쓰기 때문에 불편할 정도로 좁지만 식당 옆 방 한 간을 청년들 가운데 자취방이 필요한 형제들에게 내줬고, 이 방이 사랑방 역할을 한다. 게다가 갖가지 소그룹 모임에서도 이런 교제들을 풍성하게 나눈다. 가령 워십댄스팀이나 드라마팀 등 주로 청년들이 주축이 된 모임의 경우 구성원들의 동의와 함께 성경공부를 다섯 시간씩 할 때도 있으며, 연습은 않고 기도만 드릴 때도 있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모임이 갖는 '매력' 때
문이다. 참여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통해 보람을 얻는 일의 패턴이 그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준다. 이런 기쁨으로 교회의 작은 일에까지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만 좋아서 될 일은 물론 아니다. 청년사역과 관련해서 대개의 교회가 갖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어른들의 무관심이다. 당회는 청년들을 위해 돈 쓰는 걸 아까워하기 싶고,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전통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면 어느새 '금지령'을 내리기 일쑤다. 게다가 담임목사들 가운데는 청년들로부터 인기가 좋은 교역자가 나타나면 시기심을 발동하고 경계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아무리 청년부서를 일컬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해도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 집단에 머물고 만다.

이런 점에서 열방교회 청년들은 참 좋은 어른들을 둔 셈이다. 이것이 열방교회 청년문화가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열방교회에선 "청년들이 희망이야"란 소리를 쉽게 듣고 모두들 그렇게 여긴다. "우리는 오랜 전통도 포기하고 웅장한 건물도 포기했다. 대신 우리는 저렇게 신실한 청년들을 보며 우리 교회의 미래를 본다." 분립을 결정하면서 열방교회가 선택한 것은 어쩌면 '청년들'이다. 그들에게 청년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식 같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교회에 올 때면 청년들에게 줄 간식을 사들고 오는 이가 많고, 조금 여유 돈이라도 생기면 청년들에게 밥 한 끼 사주는 것이 열방교회 어른들의 기쁨이 된 것이다. 재능이 있으면 장로가 낀 모임이라도 청년을 리더로 세우고,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어느 새 그들도 청년이 돼버린다. 행사 하나를 치르고 나면 밤을 지새며 녹화한 비디오를 보고 또 보고, 청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눌 정도로 그들은 이미 세대간 거리를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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