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의 제목 "안녕, 113"은 의미심장하다. 간첩신고번호로 잘 알려진 '113'은 우리의 의식저변에 자연스레 반공이데올로기를 심었고, 자기검열과 통제를 현실화해 왔다. 이것은 자연히 차이와 다양성을 거부하고 온갖 차별을 생산해 냈음을 비판한다. 이 공연은 이제 이 113으로 대변하는 국가안보 보다 인권이, 획일문화 보다는 다양성이 우선한다고 말하고 안녕을 고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이 순간에도 108명의 양심수가 갇혀있고, 종교적 양심 때문에 집총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1천6백명에 달하며, 유엔 등 국제사회가 폐지를 권고하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915명이(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투옥되어 있다.
공연은 명계남, 최광기의 오프닝 퍼포먼스-"번호와 지문이 아닌 나 자신 그대로!", 김종서와 양심수 자녀들이 함께 부르는 "루돌프 사슴코", 성우 양지운의 편지낭송-"감옥의 내 아들아", 시영상극 "안녕, 113"으로 진행된다.
"대공·좌익사범 신고상담 113" 이젠 안녕!
지하철을 타거나, 도심 거리나 시골길을 지날 때, 우리의 눈길이 닿는 그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 숱한 표어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내면화된 우리 의식 안의 국가보안법 문제를 시영상극으로 표현한 "안녕, 113"은 우리에게 인권에 대한 소중함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한다.
작년 12월에 들른 장충체육관. 뭣 모르고 따라간 어색한 자리였다. 그게 인권공연인지조차 모르고 말이다. 다시한번 가슴 한 켠이 시원해 진 기분을 느껴볼 기회가 생긴 게 다행이다. 이렇게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과 안녕해야 하는지도 돌아볼 기회가 된다.
자세한 내용은 민가협 홈페이지를 참조하시오.(www.minkahyu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