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온 십자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저들을 위해 아무것도 희생할 수 없다면, 저들의 영혼 또한 얻지 못할 것입니다. (사진제공 광음교회문제주민대책위원회)
요즘 부평에 있는 한 교회 건물 꼭대기에 올린 네온 십자가가 동네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확인한 광음교회 5층 꼭대기에 세운 엄청난 높이의 십자가 철탑은 15층도 더 되는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의 위용을 압도하더군요. 밤이 되니 네온 십자가의 수십 배는 족히 될 것 같은 4층 철탑 전체가 거대한 불기둥이었습니다.

건물 크기에 비례해 보나 인근 지역 건물들과 비교해 보나, 광음교회의 십자가 철탑은 단연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일이었습니다. 기네스북에 그런 항목도 존재한다면 말입니다. 그런 어마어마한 철탑이 밤마다 엄청난 불기둥으로 변하는데도 교회와 주민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게 비정상이었겠지요.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해 아마도 교회로서는 십자가 탑에 들인 엄청난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어떻게 주민들이 십자가 철탑까지 철거를 해라 마라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간섭을 십자가 철탑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신앙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요. 혹시 타종교나 이 교회의 성장을 배 아파하는 일부 세력의 불순한 음모로 해석, 긴장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대화로 풀 일이 아니겠지요. 온 성도들이 합심 단결하여 이겨내야 할 사단의 시험일 테니까요.

교회 측의 이런 반응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전혀 황당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 보면, 네온 십자가란 교회 밖을 위해 세운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정말 (불신)주민들을 위한 네온 십자가라면 저들의 반응이 제일 중요해야 옳습니다. 물론, 광음교회 지역 주민들이 일제 때처럼 신사참배와 같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했다면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네온 십자가나 철탑의 철거가 말씀이나 교단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20~30년 전에 목사·장로 이외에는 올라갈 수도 없던 강단 위의 십자가를 떼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떤 교회, 어떤 목사님도 이 문제로 격렬하게 저항한 흔적이 없다는 거죠. 물론 네온 십자가의 철거는 주민들의 요구라는 점이 과거와 다르기는 하지요. 그러나 성서적으로나 교리적으로 그때 문제가 안 되었다면 지금도 그래야 옳습니다. 지금은 주민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구차한 변명이거나 저들을 복음으로 영원히 책임지겠다는 우리의 메시지가 허구였음을 입증하는 것에 다름아니겠지요. 만약 "네온 십자가 하나 철거하지 못하면서 우리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점은 네온 십자가의 존재 이유입니다. 주민들은 교회를 핍박하는 사단의 대리인이 아니라 우리가 구원시켜야 할 대상이란 사실의 확인입니다. 저들을 위해 작은 것도 희생할 수 없다면 우린 결코 저들의 영혼은 얻지 못할 것입니다.

상상해 보자고요. 한국교회가 일제히 네온을 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에너지 정책에 적극 협조했다고 정부가 감격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주었다고 불신자들이 감격의 박수를 칠까요? 아니면 사단이 제 식구들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 통곡할까요? 우리 누구 말이 맞는지 내기 한번 크게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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