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내부에서 바라본 광음교회 모습. 주민들은 불빛 때문에 밤에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사진제공 광음교회문제주민대책위원회)
높아 솟아 있는 교회의 십자가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교회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인천광역시 부평 삼산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한 광음교회(합동정통·김동기 목사)가 십자가 첨탑의 높이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광음교회는 2005년 2월 이곳에 교회를 건축했다. 그리고 5월, 빨간 불빛을 내는 3층 높이의 첨탑을 교회 옥상에 세웠다. 주민들은 이것이 조망권을 방해하고, 밤에는 빨간 네온사인 불빛 때문에 수면권이 침해된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회 쪽은 첨탑을 철거하라는 것은 교회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급기야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조직적으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8월 11일 '광음교회문제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8월 19일 배달증명을 교회로 보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교회 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대책위는 8월 22일 교회를 직접 방문했다. 교회 관계자는 대책위원들에게 일주일 이내로 교회의 입장을 전달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연락은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주민들은 지난 10월 11일에는 청와대와 부평구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집단적으로 민원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3층 높이의 십자가 첨탑

▲ 광음교회와 주민들은 지난 10월 15일 처음으로 대화의 자리를 가졌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사진은 광음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이승규
현행법상 광음교회의 십자가 첨탑은 불법건축물이다. 부평구청이 주민들에게 보낸 회신문에 따르면, 광음교회는 첨탑 건축 시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건축법 시행령 118조에 따르면 첨탑은 공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높이도 문제다. 현행 건축법에는 공작물은 건물 높이의 2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이 교회의 십자가 첨탑은 3층 높이에 해당한다. 교회가 5층이기 때문에 이미 50%를 넘긴 셈이다. 이에 따라 부평구청은 지난 6월 광음교회 쪽에 첨탑을 자진 정비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첨탑은 철거되지 않고 있다. 부평구청은 교회를 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다. 10월 15일에는 주민대책위원회와 김동기 목사를 비롯한 광음교회 관계자들이 만나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 부평 삼산지구에 있는 광음교회가 최근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교회가 세운 십자가 첨탑으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진제공 광음교회문제주민대책위원회)
주민들은 일단 십자가 첨탑을 완전히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을 없애도 교회 사방에 십자가가 있기 때문에 십자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불빛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5단지 주민들의 경우 아예 잠자기를 포기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또 교회 주변에 공원이 있는데, 주변과의 조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이 교회 안수집사는 주민대책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교회를 이웃으로 봐 달라. 그러면 많은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우리 아이들 유치원은 어디에

▲ 주민들은 이번 일로 인해 교회에 대한 반감만 더 커졌다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십자가 첨탑 문제 말고도 갈등 요소는 또 있다. 원래 광음교회가 들어선 곳은 종교부지가 아니다. 애초 유치원 부지로 지정되어 있었다. 이 부지의 50% 이상은 유치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주민들은 유치원 부지에 교회가 들어온 것도 이상하다며 구청과 교회 쪽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일이 진행된 이상 교회가 유치원을 운영해주길 바라고 있다.

문제는 광음교회가 유치원을 운영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회 공간으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주민들은 교회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치원 운영을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 쪽은 10월 15일 주민들과 만나 자리에서도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교회 안수집사는 "주민들이 동의만 해준다면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이 동의를 안 해주면 '울며 겨자먹기'로 유치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탁 운영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회 쪽의 공언대로 내년에 유치원이 개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이 확인해 본 결과 구청이나 교육청 어디에도 광음교회가 유치원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민들은 일단 교회를 믿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 "교회 반응이 더 섭섭했다"

▲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에 펼침막을 걸어놓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교회 쪽은 아직 주민들이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주민들이 광음교회에 더욱 섭섭해 하는 이유는 교회 쪽의 반응 때문이다. 부평 삼산지구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개별적으로 찾아가 민원을 제기했다. 교인들의 불법 주·정차·십자가 첨탑·유치원 운영 문제 등을 항의했지만, 교회의 반응은 차가웠다. 주민들은 교회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주민들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또 김동기 담임목사와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런 태도가 같은 마을에 있는 교회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불화만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주민들과 교회는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양 쪽은 유치원 운영과 주차 문제 등은 어느 정도 타협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십자가 첨탑 문제는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양 쪽은 10월 24일 2차 대화를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교회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는 사실이다. 삼산지구 6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우리는 교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살기 원한다. 그런데 교회가 너무 자기들만 생각하고 있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십자가 첨탑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교회가 먼저 첨탑을 없애는 결단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