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재진 장로(왼쪽)는 올해 1월 당회장으로 선출됐으나 건강 때문에 당회장 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가운데는 방인성 담임목사, 오른쪽은 부당회장으로, 실제 당회장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박용덕 장로. ⓒ뉴스앤조이 이승균
성터교회(서울 종로구 창신2동 640-243)가 한국교회 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장로 당회장 제도를 2005년 초부터 실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교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장로가 교단 총회장이나 노회장에 선임된 경우는 있지만 교회 당회장을 맡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대부분 장로교단 헌법은 장로가 총회장과 노회장을 맡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고 있으나, 당회장만은 개교회 담임목사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교회사를 전공한 김인수(장로회신학대학교), 서정민 교수(연세대학교) 등은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장로가 당회장을 역임한 경우를 찾아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신학자들은 성터교회의 장로 당회장 임명과 관련,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사건"이라며, 각각 여러 형태의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교계의 놀라움의 대상이 된 성터교회 측은 이같은 반응에 대해 매우 담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담임 방인성 목사는 "개혁교회의 발상지 스코틀랜드를 비롯해 유럽교회에서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방 목사는 "장로가 당회장이 되는 것은 신학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며 단지 한국교회의 목사 중심적 리더십 구조의 문제이다"고 밝혔다. 그는 "장로교단 헌법은 목사와 장로를 본질적으로 동등하게 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심하게 차별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개혁주의 전통인 '만인제사장주의'는 사실상 한국교회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성터교회 당회장 역을 맡은 박용덕 장로. ⓒ뉴스앤조이 이승균
성터교회는 올 1월 1일 당회원 8명이 매년 돌아가면서 당회장을 맡기로 결정하고, 조재진 장로(영창제지 대표)를 초대 장로 당회장으로 선출했다. 방인성 목사는 이 순번에 따라 앞으로 8년 후에나 당회장을 맡게 된다.

한편 당회장 조 장로는 신병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어, 부당회장인 박용덕 장로가 실제 당회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 장로는 "처음 맡는 역할이라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하고 "그러나 당회 때 목사님 얼굴만 쳐다보는 데서 벗어나 교회 재정과 행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박 장로는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지만 특정 직분에 권한이 집중되는 제도로 인해 교회 주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해지는 병폐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 "당회장을 돌아가면서 맡는 것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로 당회장, 한국교회 긍·부정 역할 견해 엇갈려
성터교회, 성경적 지위 근본 추구해야…'교권구조' 혁신 가능성 주목



장로회신학대학교 김인수 교수(역사신학)는 장로 당회장 제도가 한국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김 교수는 우선 성터교회 사례가 장로교 헌법에 분명히 위배되고, 담임목사의 목회 방침에 대한 위협과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장로는 넓게 보면 평신도로서 목사와 같은 성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당회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학과 서정민 교수는 긍정과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보는 쪽이다. 일단 서 교수는 "장로가 당회장이 될 수 있는 근거는 늘 있어 왔다"며 장로 당회장 제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목사만이 당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신학이나 법적인 판단보다는 관습에 의한 발로라는 것.

서 교수는 성터교회 사례가 한국교회의 목사 중심적 교권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교권을 놓고 목사와 장로가 충돌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김 교수의 생각에 동의한다.

반면 성터교회 방인성 목사는 목사를 교회의 대표인 성직자, 장로를 교인의 대표인 평신도로 자격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장로가 총회장이나 노회장을 맡으면서도 당회장을 맡은 사례가 한 번도 없는 것은 한국교회 교권의 핵심이 바로 당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미국과 한국의 당회장 권한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당회장은 유교적 권위주위에 따른 가부장적 권한, 즉 인사와 재정을 집행하고 결재하는 모든 권한을 행사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민주적이고 평등적인 의식 속에서 당회를 주재하는 의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

방 목사는 목사가 만일 실제로 목회를 하지 않을 경우 장로와 같은 위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예로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김북경 총장이 목사이면서도 장로로 처신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방 목사는 목사나 장로의 호칭이 교권의 유무를 좌우하는 관습을 떠나 하나님께서 부여한 성경적 지위에 대한 근본을 탐구하는 시각에서 장로 당회장 문제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 부당회장 박용덕 장로는 "이 제도가 다른 교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며 "덜 성숙된 교회에서 소위 '장로 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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