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12호에서 '설교표절' 문제를 다룬 적이 있다. 이번호에서 다시 이 문제를 재론하면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그 고민은 과연 어느 선까지 이 문제를 짚어나갈 것인가 하는 점과 평소 실명비판을 해 왔던 것에서 대부분 이니셜을 사용하는 다소 '편법(?)'을 쓸 만큼 나름대로 심각한 것이었다.

법적인 문제를 우려해서는  아니다. 이니셜을 썼지만 하나하나 물증과 증인을 댈 수 있다. 법적인 하자도 없음을 자신한다. 그런데도 굳이 이니셜을 써야만 했을까.

이번 기사에 등장하는 이들은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들은 알 정도로 유명 인사들이다. 취재팀은 특정인의 잘못을 고발하고 폭로해서 교계에서 매장시키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실명을 썼을 경우 원래의 기획의도는 사라지고 뉴스앤조이의 특정인에 대한 공격으로만 비쳐질 우려가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굳이 특정인의 신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니셜을 쓰는 것을 택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취재 당사자들 대부분을 만났다.  취재진이 만난 당사자 중에는 기자에게 거의 하소연하거나 은근한 위압적 자세를 취한 이도 있었고, 처음 있는 실수라고 솔직히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어떤 목사는 "조금만 정직하면 되는데 왜 그게 안 될까" 하고 안타까워했다. 누구의 글이고 누구의 설교인지 출처만 밝히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출처도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양 속이는 까닭을 도무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취재팀이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설교표절이 어느 일부만의 문제는 아니며 눈에 보이지 않게 보편적으로 만연돼 있다는 사실이다. 또 별다른 죄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어느 목회자는 자신의 표절 설교를 방송을 통해서도 서슴없이 내보냈다. 또 어떤 장로는 전임 목회자가 미국에서 영문으로 보내온 설교를 한글로 번역해서 설교하더라고 폭로했다.

표절 문화가 한국교회 뿌리깊게 만연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는 실례들이다. 이번에 공개된 몇 건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이런 실례를 통해 당사자는 물론 한국교회 전체가 표절문제에 대해 새로운 자각과 경각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비록 실명을 피하고 이니셜로 표기했지만 소속 교단과 지역이 명시된 만큼 기사가 나간 이후 당사자들과 해당 교회에 어느 정도 누를 끼치는 것까지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뉴스앤조이가 선량한 목회자를 상대로 일방적인 언론의 폭력을 행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강단이나 책을 통한 표절의 범람은 강단의 위기다. 한국교회에 근본적인 영적 성숙 대신 빈약한 영성을 가진 스타 목회자와 인기 작가를 양산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한국교회의 건전한 질적 성숙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로 남을 것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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