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인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 수지읍에서 판교로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를 낀 그 길을 따라 멀리서부터 으리으리한 첨탑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필자는 엉뚱한 마음이 들었다. '그 건물이 러브호텔이길...'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슬픈 일이 생겼다. 그것은 교회였다. 매우 실망이었다. 러브호텔 대신 교회가 서있는 것에 실망하다니. 이상하실 게다. 한번 가보시라. 필자가 잠시 착시현상을 일으켰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지은 교회를 두 번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다. 이건 거의 궁전이다. 그렇게 윤기가 흐르고, 장엄할 수 없다.

주변에 널부러진 '오리 숯불구이 촌', '화훼단지'와는 격이 다르다. 하루에 수만대가 오간다는 경부고속도로 초입 서울톨게이트 근방. 그곳에 세계에 자랑할만한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아, 벅찬 가슴을 쓸어내야 할까. 1천 2백만 성도가 실존한다는 한국교회의 위엄이요, 상징이라고.

요즘처럼 잘 지어진 교회 건물을 놓고 차라리 '러브호텔'이기를... 하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때도 없다. 교회 건물은 초라해야 하고, 옹졸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회의 빛'이 '건물'이 아닌 '겸손과 자성의 명제'로 드러나야 할 때가 아닐까. 그 건물을 지은 목사님, 성도님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 대한민국 1번 고속국도의 관문, 신도시의 상징 분당과 수지 일대에서도 조망이 되는 이 화려한 입지에 주님의 위대하고 존엄한 전이 세워졌으니 얼마나 하나님이 영광 받으실까"라고 생각했을까. 물론 하나님이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그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은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가는 비신자들이 내던졌을 한 마디가 우려된다. "야, 돈벌었네, 저 교회, 땅도 비쌀텐데...", "교회가 다 썩었어요"... 물론 어찌 이 말이 정설일 수 있으랴. 한 푼 두 푼 옥합 깨뜨리듯 전 재산을 털어 건축헌금에 헌납했을 마리아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이러한 힐난과 조소 앞에 교회는 할 말이 없다. 전과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아니, 좀더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러브호텔과 비교해 교회가 그보다 나은 게 또 뭐가 있나. 위선의 장막이 쳐진 러브호텔의 주차장, 그리고 세상 속에서 진리와 용서, 화평의 본질을 모조리 상실한 채 주일만 위선의 장막을 두르고 성전에 들어오는 성도들. '러브'와는 상관없는 불륜과 퇴폐의 시간을 보내는 러브호텔 투숙객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랑이라'라는 말은 일찌감치 쓰레기통에 던져놓고 교회를 또는 선교기관을 입신과 권력의 창출처로 생각하는 일부 출세 지향적 교권주의자들.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창한 포장만 있을 뿐, 안은 온통 곪고 썩어있는 점에서, 러브호텔과 교회는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하나님의 성전, 기왕이면 잘 지으면 좋겠지만, 오늘날 소위 큰 교회와 큰 교회의 지성전들이 '하나님의 영광' 대신 '교회의 힘'을 드러내기 위한 건축에 치중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요즘은 세속 세계에서 교회의 역할과 본질을 걱정해주는 세태이다. 졸부들은 갑자기 불어난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치부(致富) 내지는 집 불리기에 힘쓴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엄청나게 커진 대 사회적 영향력과 천문학적 재정을 감당 못하고 있다. 그래서 건물이나 키우고, 목사님 좋은 차 사드리고, 주차장 넓히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겸손과 사랑, 자애의 본부인을 놔두고, 눈앞에 있는 요염한 물신에 눈이 홀려 '교회'를 '러브호텔'과 별반 특별한 차이가 없는 속물로 만드는데 우리 한국교회가, 또 필자를 포함한 성도대중들이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또 있다. 러브호텔 주인이 "엮을 대상이 없어서, 썩어빠진 교회를 우리같이 선량한 숙박업자에 비교해?"라고 할까 말이다. 교회 주차장에도 검은 장막을 칠 날이 올까.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