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앞에서(맹집사님의 가족)

1.

만나면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면서도 속내로는 반가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개그맨 스타 두 콤비 남희석과 이휘재를 똑 닮은 모습이 있어 우리 교회에서 그분들을 채희석과 윤휘재라 별명을 붙이다. 두 분의 사회로 시작된 추수감사주일 저녁의 '작은 음악회'는 상상보다도 더 은혜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어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서로 화목한 한판의 축제가 되다. 발표하는 이 보다도 구경하는 이가 더 많지 않은 것 같은 소가족 교회이지만 아예 이제 익숙해 져서 관중이 많건 적건 간에 자기 실력 발휘하는 데는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C집사님의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하여 M집사님의 독창, L어린이의 피아노 연주, Y가정의 기타연주에 맞추어 복음송 부르기, R학생의 바이올린 연주, H집사님의 독창, L집사님의 시 낭송 그리고 다함께 노래부르기 등으로 진행된 작은 음악회는 평소에 지니고 있던 성도들의 음악 솜씨를 한껏 드러내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독창을 한 집사님들은 복음송 음반을 내어도 될만한 수준이었으며, 두분 집사님의 사회는 프로 개그맨과 같은 완벽한 준비는 없었지만 서툴러서 실수하는 바람에 오히려 아주 완벽한 개그 사회자처럼 가끔 폭소를 자아내었고, Y가정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막내 7살짜리 개구장이 재원이가 앉아서 기타 치는 엄마의 의자 위에 뒤로 올라갔다가 올라 간 김에 옆에서 노래부르는 아빠의 어깨를 집고 기타연주 하고 있는 엄마의 어깨까지 밟고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며 위태한 짓을 해도 노래 부르는 중이라 말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부르는 모습은 또 한번의 웃음바다를 만들고 말다.      
  
▲감사의 제단(충주소망감리교회)

완벽하게 실력을 잘 갖춘 연주자들이야 물론 손색이 없는 연주를 하여 관객을 흥분시키고 흡족하게 하겠지만, 능숙하고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그냥 자기가 할 수 있는 재능으로 정성껏 다하여 연주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정감이 넘쳐나는구나. 마치 화분에 잘 다듬어 길러 논 분재보다도 산에 아무렇게나 자란 자연수목(自然樹木)들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듯이 말이다.

음악회를 마치고 초등학교 4학년 재령이가 캠코더로 촬영한 사진을 텔레비젼을 통하여 즉석에서 다시 보며 남은 과일과 음식으로 친교를 하니 또 다르게 흥미롭구나. 사진을 촬영해야 할 아빠가 사회를 보시므로 재령이가 무비 카메라를 잡을 때 개중에 염려하는 어른들도 있었겠지만 그가 하고싶다는 대로 모두 믿음으로 맡겨 본 결과 정말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찍은 사진치고는 별로 떨리지도 않고 잘 되었다.

이렇게 모두가 서로 어설프고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서로 믿어주고 밀어주고 참아주고 감싸주어 우선 먼저 하나님의 신앙으로 자신들을 성장시키고 그리고 서로 서로를 성장시켜 준다면 우리 교회는 표어대로 정말로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데 차질이 없을 것이다.  

▲슬기의 바이올린 연주

2.

추수감사주일의 즐거움은 그 날의 행사에 의해서만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기도하고 헌신한 손길들 때문이다. 약 4주전인가 ○집사가 느닷없이 '목사님 요번 추수감사주일에는 돼지를 한마리 잡아야겠어요'라고 할 때부터 즐거운 축제의 조짐이 보였다. 소태면에 공사하러 갔더니 그 교회에서 추수감사주일에 돼지를 잡는 다는 소리를 들었다나. 그래서 아마 자기도 그러고 싶은 선한 욕심이 생겼나보다.

가정일 보다도 하나님의 일을 항상 우선으로 하는 ○집사님의 평소 행동으로 봐서 그 당시 있었을 상황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교회의 재정을 뻔히 알므로 재정으로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었을 땐 아직 넉넉하지도 않은 가정형편에 늘 너무 많이 희생하는 것 같아 말리고도 싶었지만 한편 은혜로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릴 수도 없어 내버려두었더니 정말 돼지 한 마리를 손수 잡아왔다. 추주감사주일 전날인 토요일 저녁 늦게까지 돼지 잡는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전갈이 와서 밤 11시는 넘어 교회에 가 보았더니 몇몇 집사님들이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고 11시 반은 되어서야 고기가 도착되어 삶을 준비들을 하고 헤어지다. 정말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요 하나님과 성도들의 기쁨을 위해서 헌신하는 모습들이 너무도 훌륭하구나.
    
▲재령이의 촬영장면

제물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물을 준비하는 정성된 마음 일게다. 어느 집사님은 은밀하게 떡을 하시겠다고 하시더니 집에서 쪄도 될 것을 더 잘 해오려고 방앗간에 맞추어 아주 맛있는 찰떡을 해오시고, 또 어느 분은 하루종일 잘 익은 늙은 호박을 달여 호박죽을 해오시고, 또 어떤 분은 엿질금을 밤새도록 울궈 내어 감주를 해오시고, 또 여주에 사시는 분은 그 유명한 여주 쌀과 채소류를 가져오셔서 제단을 장식하시고, 또 어떤 분은 성도들간의 은혜로운 성찬을 위해 시골서 보내온 햅쌀을 가져와 밥을 지으시고, 이렇게 하여 금방 잡아 삶은 돼지고기와 절인 배추 보쌈에 햅쌀로 지은 밥을 싸서 한 입 가득 물고 우물거려 씹어먹으니 모두들 만족하기 그지없구나.
  
여선교회원들의 봉사와 헌신의 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추수감사주일 전에 김장을 담그느라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수고하고 또 축제 준비하느라고 목, 금, 토요일까지 쉬지 못하고 수고하니 피곤하여 얼굴들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맛있고 즐겁게 먹어주는 성도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즐겁게 노래하며 연주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며 모든 피곤을 다 잊어버리고 더욱 기뻐하니 그 분들이야말로 신의 성품(벧후 1:4)을 닮아 가려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요번 추수감사주일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한마음 한 몸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하나님의 품안에서 서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이렇게 하여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고 성도들 서로가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 남은 일은 우리만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관심 갖으시는 추위에 고생할 어려운 이웃들을 만나 그분들에게 힘 닫는 대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일게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아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이것이니라(야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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