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1400여명의 성도들이 모이는 지방 어느 교회에서 지금 소리 없는 교회개혁이 일어나고 있다.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남산교회(www.namsanch.or.kr)는 이 땅 교회들이 아직까지 걸어보지 않은 새 길을 개척하기 위해 나섰다. '공동목회'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은 교회 설립부터 지금까지 21년째 담임목사로 성도들을 섬겨온 한 목회자의 기득권 포기를 통해 이뤄진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오는 4월 15일 부활주일, 이 교회는 세 개의 또 다른 교회들로 분리된다. 도시의 중부지역과 동부지역에 새로운 모임장소를 정해 흩어지는 것이다. 두 명의 부목사가 담임목사였던 이성범 목사와 함께 한 교회씩을 담임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현재의 교회당을 떠나 새롭게 세 얻는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린다.

완전한 독립 교회지만 이들 세 교회는 또 하나의 교회다움을 갖는다. 그 채널이 공동당회제도다. 각 교회에서 파송된 성도 3명을 포함해 목회자 5명이 공동당회원으로 참석, 회의 때마다 회의를 주재하는 당회장을 선임하고 교회 운영을 위한 현안을 다룬다. 여러 명의 당회장이 있다는 건 결국 당회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교회가 지닌 두 가지 특성, 곧 모이는 교회(에클레시아)와 흩어지는 교회(디아스포라)의 모습을 잘 구현한 원리다. 모이는 교회가 한 몸의 유기적 역할을 감당한다면, 흩어진 교회는 은사에 따라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며, 기독교문화를 확산시킨다.

또 3년마다 사역자들은 사역지를 순회함으로써 교회는 목회의 균형을 유지하고, 사역자들이 은사를 충분히 활용해서 목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담임목사 한 사람에게 집중된 교회운영의 책임을 분산시킴으로써 여러 사역자들이 삼겹줄처럼 한데 뭉칠 수도 있다. 6년을 사역한 목사는 안식기간을 보낸 뒤 교회에 신임을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재임용 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제도를 실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경은 성도들 개개인이 교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 날 그 성도들은 하나의 교인에 불과하다. 목회자는 목자의 심정을 갖지 않고 기업체의 경영자가 되어 있다. 그들은 피라미드 구조의 맨 꼭대기에 올라 자신을 성역화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하부가 넓을 수밖에 없는 대형교회에선 그 정도가 훨씬 심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계급으로 나눠 놓았다. 우리 교회가 '공동목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이 피라미드구조를 원형구조로 바꿈으로써 성도들이 교회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돼야 한다"는 종교개혁가들의 선언을 남산교회는 무엇보다 강조한다. 실제로 남산교회는 꾸준히 이런 변화의 과정을 밟아왔다.

교회 설립의 동기부터 남산교회는 변질되지 않은 복음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교리화 되고 율법화 된 복음을 보았고,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복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성경묵상(QT)과 제자훈련, 강해설교를 삼각구도로 잡고 성장과 함께 교회의 건강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돌보기가 어려워지자 남산교회는 이런 '조직'으로서의 교회구조를 벗기 위해 몸부림쳤다. 당회는 연초에 교회운영의 기획만 내고 실무는 당회로부터 독립된 성도들의 기구(교회운영회)가 꾸려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체질'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당회원과 안수집사 권사 등 항존직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했고, 교회를 분립하면서도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공동목회'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방침이 서자 약 1년여에 걸쳐 설교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작년 12월 결정에 이르렀다. 그 동안 이 목사는 담임목사인 자신의 영향력을 줄여나가기 위해 틈만 나면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단의 고정된 이미지를 희석시켜 오기도 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이 목사의 결단이 가장 중요했다. '공동목회'를 통한 교회개혁의 성공여부 역시 교회 성도들과 함께 이 목사의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의 교회론과 목회자로서의 영성은 이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준이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하나의 몸, 그래서 공동목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복음과 교회이다. 성경이 비밀에 붙인 이 두 가지, 곧 복음의 비밀과 교회의 영광을 하나님께선 우리들 곧 교회에 보여주신다. 이 감격 때문에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교회를 위해 자신의 육체에 채울 수 있었다.

따라서 하나님의 교회가 무엇인지, 꾸준히 확인되어야 하며 나 또한 오랫동안 스스로 묻고 다져왔다. 지금까지의 목회생활을 통해 깨달은 건 결국 목회자의 자기 부인과 포기를 통해서만 교회는 그 순수성을 지켜갈 수 있으며, 목사는 거기서 아름다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집착을 버리고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주님의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야말로 목회자로서의 내 목표이다. 그러나 이제 공동목회의 길이 열리면 나는 많은 부분 홀가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빗나가도 공동체 전체가 빗나갔지만 이제는 삼겹줄이 된 셈이다."

▲남산교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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