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성교회 이성곤 목사 찬반 양 측의 끝없는 대결은 교단 노회가 이 목사의 위법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그를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이 목사는 담임으로 부임한 직후 발생한 극단적인 교회 내분과 관련,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목사 혹은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김창인 원로목사의 횡령 의혹이 실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모든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 모 교계신문이 아주 흡사한 내용으로 '김 목사의 60억 횡령 의혹'을 크게 보도한 이후 그와 같은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창인 목사의 횡령 의혹은 과연 이들 매체가 보도한 만큼 심각한 것일까. 그리고 의혹을 받고 있는 60억이라는 액수는 도대체 어떻게 산출될 것일까. <한겨레21> 보도와 김 목사 측 주장을 중심으로 이 의혹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겨레21>이 제기한 60억 횡령 의혹은 일단 그 횡령 규모 면에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광성교회가 부산장신대와 OO학원, 북한선교 등에 지출한 금액과 엇비슷하다. 말하자면 김 목사가 5년 동안 광성교회 대외 지원금 대부분을 횡령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1999년부터 2003년은 이성곤 목사가 외부 회계감사 기관에 넘긴 교회재정 장부 5년 치와 같은 기간이다. 이 목사 쪽은 김 목사와 OO학원 비리 진정사건이 모두 무혐의 처리되자 외부 회계감사 후 자료를 보강해 연거푸 고소를 제기하고 있다. 이 고소장은 <한겨레21>에 참고자료로 제공됐다.

김창인 목사는 자신에 대한 의혹과 관련, 공개적 자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일부 교인들에게 변론의 기회를 가진 바 있다. 또 <한겨레21> 보도 이후에도 간접적으로 횡령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김목사의 60억 횡령 의혹은 이 목사 쪽 교인들이 서울 동부지검에 수차례 고소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정인택 외 1000여 명의 교인은 김 목사가 담임목사로 재직할 당시인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공동의회와 제직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위가 교장으로 있는 OO학원을 비롯해 부산장신대, 북한과 몽골 선교 등에 지출된 금액 총 수십억 원을 횡령 및 업무상 배임행위를 했다고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김 목사를 포함해 가까운 친인척의 계좌를 추적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김 목사 측은 검찰 측에 모든 자료를 제출해 놓고 있고, 계좌추적을 통해서도 횡령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3월 중으로 무죄가 입증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더구나 교회 당회나 제직회 등에서 이미 결정된 범위 안에서 지출했기 때문에 어떤 절차상 하자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대 쟁점 OO학원 지원금

우선 김 목사의 횡령 의혹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OO학원 지원금 부분이다. 이 부분 쟁점은 광성교회 지원금이 어째서 전액 재단으로 입금되지 않고 일부가 교장 개인구좌로 입금되었는지 여부.

<한겨레21>은 "김 목사의 사위인 교장이 자신의 개인통장으로 재단전입금 일부를 송금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 이런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교육청 감사실 관계자의 '이런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광성교회가 OO학원에 지원한 34억 원 중 실제로 교장 개인 구좌로 입금된 금액은 12억 원. 기사 내용대로면 횡령 혐의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장 명의 구좌는 통장과 인감을 실제 개인이 아닌 재단사무국에서 일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나 개인이 임의로 쓰지는 못하게 되어 있다.

재단사무국 아무개 실무자는 "이 돈도 재단전입금과 마찬가지로 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광성교회는 어째서 횡령 혹은 편법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음에도 굳이 교장 개인 구좌를 이용했을까.

재단사무국 실무자의 얘기다. "기독교 학교의 정체성을 살리고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가령 교사와 학생들의 신앙을 위한 채플 등 각종 기독교 교육 및 방과 후 보충수업에 참여하는 교사 지원금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비용을 재단전입금에서 빼낼 경우 특정 종교사업 지원을 이유로 교육부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기 곤란하다."

또 재단사무국 실무자는 "사립학교가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기부금을 내는 주체의 의사가 좌우한다"고 말하고 "광성교회가 기독교 교육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금을 냈기 때문에 학교는 그 목적에 따라 기부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OO학원은 광성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6년 전에 비해 그 인근에서 진학률과 면학 분위기가 가장 좋은 소위 강북의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또 기독교 교육면에서도 탁월한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OO학원은 다른 사립학교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학부모 지원금을 일체 걷지 않고 있다. 바로 광성교회가 이 모든 짐을 대신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장 개인 구좌 지원금이 비록 공적으로 관리되었다고 해도 사적으로 유용될 소지는 없었을까. 가령 교회에서 교장 개인 구좌로 돈이 넘어갈 때 김창인 목사 한 사람의 서명만 있는 경우가 이런 의혹의 대상이다. 장인과 사위가 짜고 돈을 횡령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김 목사 측은 "교회 재정부장과 담임목사 싸인이 동시에 있어야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이 해외에 있을 경우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의 싸인 만으로 돈의 출납이 허용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정부장의 싸인만 있는 경우는 역시 김 목사가 해외에 있을 때라는 것.

또 아무개 교장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개인구좌로 받은 돈의 사용처와 영수증 등 일체의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교회에서 입금된 돈과 사용한 액수가 일치하기 때문에 어떤 의혹도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 목사 쪽의 정인택 외 488명이 서울 북부지청에 제기한 OO학원 재단전입금 유용에 관한 진정사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 10월 이미 혐의 없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부산장신대 지원금 16억 원 '대가성' 의혹

이 목사 쪽은 김 목사가 총장으로 재직한 부산장신대 지원금의 용도가 김 목사는 총장, 큰 딸은 교수로 임용되기 위한 '대가성'이라고 주장한다. OO 학원의 경우 김 목사는 이사장, 사위는 교장으로 있기 때문에 의혹이 부풀려지는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2000년 당시 부산장신대는 교육부 인가를 얻기 위해 재정 능력이 있는 총장을 영입하는 것이 최대 현안이었고, 상대적으로 대형교회 담임인 김 목사에게 총장직을 제의했다. 김 목사는 이런 학교사정을 파악하고, 당회를 열어 교회에서 학교를 지원할 의사가 있으면 총장 취임을 승낙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필요한 허락을 받았다. 그 후 교회가 매년 3억 원씩 지원금을 냈고, 지난 99년 총장 취임 전에는 김 목사가 사재를 털어 지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목사는 지난 해 8월 자신의 생일축하연에서 부산장신대 총장직 수락 배경 및 딸의 교수 임용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4년제 대학으로 인가 받기 전 7년 전 부산신학교에서 당회에 나를 학장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회에 내놓고 부산에 사람이 없어서 광성교회에 학장을 요청했겠습니까? 이런 요청은 광성교회가 도와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도울 생각이면 가도 좋다고 하시고 도울 생각 없으면 이 시간에 반대하시라 하였습니다. 허락 받고 갔습니다. 당회록에 기록. 그 때부터 1년에 3억씩 예산을 세워 지출했습니다. 내가 직접 보낸 적은 없고 회계가 직접 보내거나 바쁠 때는 사무실에서 보냈습니다. 학교에 받은 돈에 대한 모든 기록이 있습니다.

4년제 대학으로 인가 받고 특수교육과를 신설했습니다. 기독교 교육과는 취업이 안 되는데 특수교육과 출신은 취업이 잘 되어 특수교육학과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려고 하다 보니 교수가 필요해 교수 청빙광고를 냈습니다. 당시는 특수교육과 분야에 박사가 아주 귀했습니다. 서울도 얼마든지 갈 수 있는데 부산에 누가 가겠습니까. 청빙광고 내도 부산까지 갈 사람이 없어서 이사장, 김동명 부총장님이 교수 이름을 올려놔야 인가 나니까 특수교육 박사인 내 딸에게 그때까지만 자리 잡을 때까지만 해달라고 한 것입니다. 돈 내고 가다니. 모셔간 것입니다. 돈과 관련 없습니다."

북한· 몽골 선교비 과연 샜을까

이성곤 목사 쪽이 또 문제 삼고 있는 북한·몽골 선교비 14억 원은 과연 김 목사의 개인 주머니나 아니면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까. <한겨레21>에 따르면 이 목사 쪽은 "북한과 몽골 선교비 명목으로 돈을 빼갔지만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증명하는 영수증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교회 회계는 이 돈에 대한 영수증을 따로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회계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고, 올라가서 김 목사도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이 부분에서도 예의 그 깐깐하다 싶은 성격을 발휘했다. 회계가 영수증을 요구하지 않자 스스로 모든 영수증을 착실하게 보관해 왔던 것. 김 목사는 북한 지원용으로 산 밀가루 매입 영수증과 이 밀가루가 단동에서 북한으로 반입됐다는 반출증 및 북한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에서 발행한 영수증을 모두 갖고 있다.

단지 조그련 영수증은 밀가루가 실제 전달된 시점 보다 2~3개월 후에 발행되었다는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목사 측에서는 조그련 관계자가 북한에서 밀가루를 받은 즉시 중국으로 나오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업무까지 보기 위해 중국에 나올 때 그 날짜로 영수증을 써줬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북한 지원을 위해 개인이 1만 불씩 소지하고 중국으로 나간 점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에서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범법 행위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겨레21>은 김 목사 쪽에서 보여 준 영수증 가운데 인수시점을 기준으로 적게는 두 달 많게는 2년 뒤에 발행된 것이 있어 검찰이 진위를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 측은 이 지적 중 인수시점과 몇 개월 차이가 있는 영수증은 북한 지원 몫이며, 2년 뒤에 발행된 것은 몽골 선교비와 관련된 영수증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목사 쪽은 몽골선교비 영수증(확인서)을 2년 후에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단지 이 돈은 교회예산에서 확정된 후 회계에 의해 집행돼 실제 돈이 오고 가는 과정에 김 목사가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말한다. 단지 교회 재정장부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한 기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영수증을 요구하자, 몽골선교원 관련 선교사에게 연락해 2002년에 선교비를 받았다는 확인서를 최근 날짜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목사의 재정유용 의혹 중 상당 부분은 교회 회계나 재정감사의 부실한 회계관리가 한몫하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 돈을 실제로 만지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 보다는 담임목사의 위치에서 싸인을 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목사의 실제 역할과 상관없이 극심한 교회 분규 상황에서 그가 관련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았다면 최대의 피해자는 그 자신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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