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교회건축은 교회의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오랫동안 교회건축의 설계를 담당해 오면서, 우리 교회들이 건축에 대해 잘못 이해하거나, 건축의 부분을 전체로 오해하여 교회당 건축을 그르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떤 이는 건축을 예술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들은 건축을 기술이라고 말한다. 건축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고, 건축을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대 문호 괴테는 건축을 '얼어있는 음악'이라고 말했고, 시인 발레리는 건축을 '침묵하는 건축, 이야기하는 건축, 노래하는 건축'으로 구분하였다. 건축가들도 건축을 다양한 관점에서 말한다. 현대건축의 거장이었던 르 꼬르뷔제는 건축을 살아있는 기계로, 알바 알토는 인간을 위한 건축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건축에 관한 생각은 일반인들만이 아니고 예술가들, 심지어는 건축가들까지도 그 관점에 따라 달리 표현된다. 이는 건축이 가진 다양한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어느 하나의 관점에서만 건축을 보아서는 안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자연기후 또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여 생존하기 위한 은신처(shelter)로 시작된 건축은 인간의 생활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그 삶의 공간적 요구에 따라 발전되었다. 따라서 건축은 인간의 모든 활동 즉 기능을 담아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라고 말할 수 있으며, 건축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은 구조물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그 구조물의 안전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건축물은 안전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안 되며 여기에서 건축은 필연적으로 구조기술과 시공기술에 의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건축의 발전은 건축기술의 발달과 함께 발전되었으며 저 유명한 고딕 성당들도 기술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건축의 유용성과 안전성이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건물의 모습이 보기에 아름답지 못하다면 이는 진정한 건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름답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는 우주만물을 보시기에 아름답게 창조하시고 기뻐하셨다. 더욱이 건물은 한번 지어지면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생활환경이며 동시에 시각환경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보고 느끼기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건축이 잘못되었다고 옮기거나 없앨 수도 없다. 따라서 건축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건축의 예술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러한 모든 것에 더하여 건축의 경제성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궁궐이나 중세성당 같은 절대 왕권이나 교권을 상징하기 위한 건축에서 경제성이 종종 무시되기는 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건축에서 투자의 경제성은 때로 다른 건축의 문제들 보다 우선되기도 한다. 건축의 경제성은 단지 공사비를 적게 들이는 차원을 넘어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의 관계를 다루는 문제이다. 내구성이 높은 재료와 설비기기들, 그리고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설비시스템들에 대한 연구는 수년 내에 건축비의 상당한 부분을 보상할 수 있다.

또 경제성의 문제는 건축의 디자인과 직결된다. 보다 저렴한 재료가 기능에 적절하게 그리고 서로 조화롭게 사용된다면, 오히려 값비싼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아름다운 건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경제성의 문제는 건물의 효율성과도 깊이 관련된다. 즉 설계에 따라 같은 면적의 건물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데 건물의 면적은 바로 공사비의 증감으로 나타난다.

건축은 이러한 기본적인 문제들 외에도 다양한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역사적으로, 건축은 인간이 자신의 권력과 신분 또는 특징을 나타내거나 그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현대 사회에서 건축은 물질 또는 정신적으로 복잡다양해진 현대인의 다양한 활동과 그 활동들을 보조하는 다양한 도구들을 위한 적합한 장치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따라서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이상과 현실, 인간의 생활과 감성, 과거의 전통과 인습, 미래의 변화, 개인과 집단, 지역과 민족, 국가와 세계, 사회와 심리 등 인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건축은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해서는 안 되는 복합성과 종합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시대, 그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화 행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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