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천호동에 자리 잡은 교인 약 1만 명이 모이는 광성교회(이성곤 목사)는 지난 1월 12일 직장폐쇄 결정을 내렸다. 교회가 노사분규를 겪는 회사나 공장 등의 사업장에서나 볼 수 있는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일 만큼 매우 이채로운 사건이다.

일반 사업장도 아닌 교회에서 어떻게 직장폐쇄 사건이 발생했을까. 우선 광성교회 부목사 8명과 기전실 직원 2명이 지난해 5월 출범한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위원장 이길원)에 가입한 것이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기독노조는 지난해 연말부터 교회 측과 노조원 징계 문제를 놓고 단체협상을 벌였으며, 협상 결렬 이후 지난 7일부터 교회 마당에 비닐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벌였다.

원래 교회는 노조의 존재를 좀 심하게 말하면 비신앙적으로 볼 정도로 매우 꺼림칙하게 여기는 정서가 강하다. 광성교회 일부 교인 역시 "어떻게 교회 안에서 노조가 농성을 하느냐"고 반발하며, 한때 노조원을 교회 밖으로 쫓아낸 사건도 발생했다.

그리고 교회가 노조 농성 4일 만에 서둘러 직장폐쇄 결정을 내린 데에는 교회 분규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광성교회가 거의 1년 전부터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눠져 심한 몸살을 앓고 있고, 노조에 가입한 부목사 8명이 담임목사 반대파라는 점도 노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만든 또 다른 이유다.

광성교회 직장폐쇄 결정은 이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노조가 농성을 전개한지 단 4일 만에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회가 노조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에 따라 직장을 폐쇄했지만 동시에 법리적으로 볼 때는 이미 노조를 인정한 행위라는 역설이 성립한다. 즉 직장폐쇄는 노동법이 부여한 노조의 단결권에 맞선 사측의 노동쟁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편 부목사 8명의 노조 가입은 노조를 인정했다기보다 담임목사와의 다툼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를 활용한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담임목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가령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위에서 해임되거나 지방으로 발령을 낸다든가 하는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것. 따라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담임목사가 임의로 내리는 징계를 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담임목사 반대 활동도 계속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편 교회는 물건이나 용역을 생산하는 기업체나 공장이 아닌 신앙이라는 무형의 정신적 가치를 위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과연 직장폐쇄가 어떤 현상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광성교회는 직장폐쇄 이후에도 예배를 드리는 등의 교회 본질적인 기능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번 교회 결정은 교회 문을 닫는다는 의미 보다 현재 철야 농성 중인 노조의 쟁의 행위에 맞서 노조 가입자 10명의 교회 출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부분 직장폐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성교회는 담임목사와 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부목사와 전도사 그리고 각종 근무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예배를 포함한 교회 활동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한편 기독노조는 교회의 직장폐쇄 결정 이후 일단 철야농성을 중단한 가운데 이번 직장폐쇄의 불법성 및 노조탄압 등을 문제 삼아 담임목사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발하는 등의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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