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는 사역자를 배출하는 기관이기를 포기했는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도저히 주의 종을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법인 직원이 공금과 직원들의 돈 수억원을 가지고 사라졌으나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책임 공방은 있지만, 결론은 없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재단은 직원소행이니 최종 책임자인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성구 총장직무대행은 이미 6월에 사표를 던진 상태. 게다가 횡령자는 학교직원이라기보다는 법인직원이기 때문에 재단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후자의 논리가 맞다. 그러나 무슨 힘이 있나, 총신이 논리가 통하는 곳인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이 사건이 터진 후 얼마 후 총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 김의환 전 총장을 다시 불러오기로 김윤배 재단이사장과 서기행 운영이사장이 합의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다가오는 교단 총회를 앞두고 재정사고에 대한 책임 여론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총장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신대원 원우회의 한 임원이 8월 26일 학교사태와 관련해 김윤배 재단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윤배 이사장이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의환 전 총장이 유일한 카드다. 김 전 총장이 안되면 물러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운영이사회에서 김 전 총장이 재임 추천되지 않은 몇 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도 말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전에도 양 이사장이 정성구 총장직무대행을 총장으로 뽑기로 두 번이나 합의하고도 결과적으로 '팽'시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두 사람의 담합은 서로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공수표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몇 차례 투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전 총장 찬성표 뿐 아니라 반대표가 워낙 굳어 있기 때문에 결과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돈봉투 살포설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지난해 총장 선출 때 돈봉투가 돌았는데 이번에 또 다시 그런 일이 재연되는 것은 아닐까? 몇몇 사람들이 봉투를 들고 지역을 돌고 있다는 얘기다.

총장 선출 문제와 관련해서 교수들간에 신학논쟁이 붙더니, 급기야 교수가 동료교수를 검찰에 고소하고 기소결정을 근거로 교수정직을 청원하는가 하면 수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총신은 이미 갈 데까지 가고 있다.

총장이 되기 위해 돈봉투를 뿌리는 총신을 더 이상 선지동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총신에서 신학생들은 말씀을 배우기보다, 권력싸움 돈뿌리기 동료교수 고발하기 등을 배우고 나가라는 말이 아닌가? 도둑놈 애비라도 자식만은 도둑질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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