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단체로서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한 기독교 단체는 이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것인지, 아니면 보도자료로 대치할 것인지 열띤 논의 중이다.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을 하면 보도의 비중이 커져 그만큼 행사의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한편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측의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개최는 단편적인 문제인데 행사 준비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해 한 행사를 개최하며 기자회견을 연 다른 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 의문은 이내 풀리게 된다. "행사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평소 우리 단체를 취재하던 기자 일곱명을 식당으로 초청해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려고 식당을 예약하고 대표 목사님까지 오시도록 계획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 날짜가 되니 약 3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무척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상황에서 일부에게만 설명할 수도 없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서둘러 모임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일부 기자들은 다른 질문도 없으면서 그냥 돌아가지 않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습니다. 나중에 안 것은 그 기자들이 '촌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요." 준비되지 않은 '촌지' 때문이었는지 그 행사는 일부 신문에만 보도되었다. 이 관계자는 이 일을 겪은 후 두 번 다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최근 기독교계 단체에서 기자들의 모임을 가지려면 거의 '비밀공작'을 수행할 정도로 '긴밀히 연락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긴밀하지 않으면 몰려오는 기자들을 모두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라도 알고 몰려 온다는 것이 이들 관계자들의 말로 "역시 기자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기독교계 신문이 넘쳐나고 있다. 일간지인 <국민일보>, 30년 이상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계 신문을 비롯해 격주, 월간으로 발행되는 신문에 이르기까지 서울에만도 1백여종 이상의 신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중 1만부 이상 발행되는 신문은 약 10여종에 불과하고 대부분 1~2천부 내외의 적은 부수를 발행하는 소규모 신문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 소규모 신문사들도 '연합지'라는 이름으로 교계 각 단체의 행사와 교회, 인물 등의 취재를 하고 있어 일명 '기독교계 신문의 춘추시대'로 불릴 정도이다.

심지어 일부 신문의 경우 1명 또는 2명이 사장, 기자, 편집, 광고,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언론의 사명'보다는 개인의 '생활'을 위한 방편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신문사의 경우 행사 위주의 취재로 '광고와 연계된 기사', '촌지와 연계된 기사'만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자들은 행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다른 기자들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공동 취재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이 직접 취재 기사외에는 다른 신문을 모아 '짜집기 방식'으로 신문을 제작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신문은 타신문과 구별되는 특수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신문이 같은 논조와 행사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이들 기자들은 행사를 계획하는 단체에 '공동 기자회견'을 열 것을 은연중 강조해 이 자리에서 일부 '수입'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주선을 잘 하는 기자는 '유능한 기자'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광고'나 '촌지'와 연계되지 않는 단체나 이슈에 대해서는 이러한 기자들의 무리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 기자들의 순수성은 이미 훼손된 상태.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기자들의 행태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기자들과 편승해 '자신의 얼굴 알리기'에 나서려는 교계 인물들의 명예욕에 대해서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흥사들을 비롯해 일부 정치목사들은 신문의 비중도는 2차적인 문제로, 매체에 자신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 기자들에게 금전을 제공하며 자신의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신문 부수의 공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듯한 명칭의 신문명에 자신의 기사가 실리는 것에 대해 이들은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한 인사는 이들 목회자와 기자들을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하기도 한다.

개교회의 입당예배, 임직식 등에는 이들 '처음 만나는' 기자들이 등장해 교회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 교회 인사들은 언론의 내부 사정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해 이러한 기자들의 '언변'에 인터뷰나 행사 기사를 실으며 광고나 '촌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완이 좋은 기자들은 기자들 세계에서는 '잘 땡기는' 기자로 통해 다른 기자들의 '대표급' 행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중진 기독교계 기자는 "기독교 언론의 사명이 중요함에도 낮은 조건의 환경이 이러한 기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한국교회가 갱신되기 위해서는 명예만을 내세우려는 목회자들의 '거드름'과 이들 기자들의 비윤리가 먼저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논리로 기독교 언론을 운영하겠다는 신문사 운영자들과 사명감없는 기자들의 '영업형 취재'가 조속히 제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 언론사의 창간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문을 닫는 언론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명이 만들어도 매주 신문을 만들 수 있다는 한 기자의 말을 들으며, 한국교회에서 기독교 언론의 사명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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