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자 <한겨레> 9면에 '조선일보, 미 공화당 빌려 냉전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의 핵심은 <조선일보>가 미국 하원 공화당 정책위원회의 '정책 견해서'를 자세하게 소개했는데, 견해서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목적 낙관주의' '미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게 주요내용이었다. <조선일보>가 이 견해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공화당의 대북 인식을 자신과 똑같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냉전몰이에 미국 공화당만 이용되는 게 아니다. 한국교회의 유명한 목사들도 이용된다. <월간조선> 8월호에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그중 조용기 목사가 6월 25일 '하나님 앞에서 되돌아본 6.25'라는 설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서 인용한다.

""김정일 신드롬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 전체에 평화무드가 넘치고 당장 평화통일이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 6.25 전쟁이 나기 전에 남북의 평화 무드가 넘쳤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을 풀면 다시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남북 통일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김정일은 미국의 경제적 압력 때문에 여러가지 계산에 의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으며, 배후에 작정이 있어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김정일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보안법도 철폐하자, 스파이도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정신적으로 와해되면 가만히 앉아서 무너진다. 햇볕정책을 실시하되 빗장을 완전히 열어 놓아서는 안된다. 머루와 다래가 있는 곳에는 뱀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가야 남북 통일이 이루어진다."


<조선일보>의 평소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페이지를 한 장 넘기자 난데없이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의 6.25 설교(이 일을 다시 생각하라)가 이어진다.

"평양에서 엉뚱한 쇼가 벌어졌다"
"여러분, 6.25 전쟁. 깊이 생각해 보세요. 얼마 전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저는 그 정상회담 나오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열심히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타임지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빅쇼가 평양에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도난당했다] 평양회담의 주역이 김대통령인데 어느 사이에 조역이 되고 주역이 김정일씨가 되었으니 엉뚱한 쇼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그러나 한 사람은 주체적 방법으로 통일할 때가 왔다고 공산주의 통일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이렇다 할 약속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자유의 통일이 오는 줄로 착각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이런 쇼가 어디 있습니까? 완전히 동상이몽입니다.

여러분, 자세히 보세요. 역사를 똑바로 보자. 이걸 알아야 합니다. [온 사회주의 주체사상, 온 나라를 공산주의화]라고 하는 이 이데올로기는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50년 전 일을 기억합니다. 어떤 기념비를 세워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경험한 소중한 경험을 자손들에게 물려 주면서,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길이고 무엇이 생명의 길이고 무엇이 자유의 길인지를, 그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줘야겠죠. 오늘 하나님이 말씀합니다. [이 일을 생각하라. 옛적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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