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단독 주택 지하에 세를 얻어 개척을 시작하신 지 몇 년이 지났으나, 고작 교인 3명으로 힘겨운 목회를 하시는 어느 목사님 사역 이야기입니다.

급기야 지하교회 전기세가 체납이 되어 전기가 끊긴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까지 갔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하다가, 신학교 은사를 찾아가 딱한 사정을 호소하였습니다. 그 은사의 주선으로 체납된 전기세 35만 원을 납부하여 전기 끊기는 사태는 면하였답니다.

그 교수님께로부터 설명을 듣게 된 이웃 교회 교인 중 한 분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김장용 배추 100포기를 구해서 그 교회에 갖다 주었답니다. 갖다 주고 보니 그렇게 어려운 형편에 김장은 어떻게 하겠나 싶어서 며칠 뒤, 친한 집사님 한 분과 은사 사모님과 같이 김장을 해주러 갔답니다.

가서 보니 100포기 준 배추가 40포기도 안  되게 남아 있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배추 100포기를 주인집 마당 구석에 재어 놓았는데, 그 주인이 '배추 좋아 보인데이, 나도 김장해야 되는데….'라고 말해 얼른 스무 포기를 주었답니다(교회 지하실 세도 몇 달 밀려있는 상태라서). 또 처지가 비슷한 다른 개척교회 사모님을 불러 반을 주었답니다(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정을 잘 안다는 속담처럼).

김장을 같이 하는데 어린애들이 세 명이나(한 명은 업고, 다른 두 명은 무릎에 앉히고) 있어 '사모님 남의 집 애들 봐 주세요?'라고 물어보니 '전부 내 아~들입니더'라고 하시더랍니다. 옆에서 일을 돕던 목사님 왈, '너무 놀라지 마이소. 집사님. 야들 말고 위에 또 있습니더'라고 하시기에 아니 '요즘 세상에 애를 네 명이나 낳아서 기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꺼, 참 목사님도 딱하십니더'라고 했더니 그 목사님 잠시 침묵하시더니 '네 명 아입니더. 전부 여섯 명입니더'라고 했답니다.

설명을 들어본 즉 창세기 말씀 '생육하고 번성하라'에 충실하셔서 5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답니다. 첫째는 고등학교 2학년인데 작년 폐기흉 수술로 허약하며, 막내는 젖먹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병중에 계시는 시아버지를 모시며 총 아홉 식구가 교회 인근 열 몇 평짜리 재개발대상 아파트에 월세를 주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월세도 계속 밀린 상태에서 내년 5월이면 이 아파트가 재개발이 들어가기에 어디로 가야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장을 하면서 식사 때가 되어 집사님께서 중국음식점에 음식을 시켜 식사를 했습니다. 꼬마 애가 자장면을 먹다 남겼는데 그 음식물을 목사님께서 다른 그릇에 옮겨 담으시면서 '음~ 요고는 신문지 덮어놨다가 저녁에 묵자'라고 하시더랍니다. 또 목사님이 드실 짬뽕에 들어있는 오징어를 건져다가 다른 여섯 살짜리 꼬마 애에게 건져주니, 그 꼬마애가 받아먹다가 갑자기 "아빠, 이 오징어는 아빠 먹어" 하면서 그 애가 오징어를 도로 자기 아빠 입에 넣어주며 서로 먹으라고 권하더랍니다.

그 집사님께서 눈물을 글썽이며 전해주는 이야길 듣고, 하루는 수요일 밤늦게 제가 그 지하실을 찾아갔습니다. 지하실 바닥에서 밤늦도록 그 세 명의 교인과 사모님과 애들 네 명을 앉혀 놓고 설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은 설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 예수 믿는 사람들이 전도하는 것을 보고는 참 미련한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속으로, '이 양반아, 예수 믿는 나도 당신 미련 투성이로 보인다. 목회 때려치우고 공사판에서 막노동이나 하든지. 이게 뭐꼬. 비참하게 쯧….'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미련한 우리의 행동을 보고 우리 주님께서는 가장 기뻐하십니다.

교회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회는 프로그램 팍팍 돌려서 사람 기쁘게 하는 곳이 아니라, 주님을 기쁘게 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전도는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우리는 미련하게 계속 전하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성령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전도 대상자를 정해놓고 몇 년간 열심히 전도했는데, 계란으로 바윗돌 치는 것 같아서 포기해 버렸답니다. 수년이 지난 뒤 그 사람 소식을 들어보니, 딴 곳으로 이사 가서 예수 잘 믿는 사람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답니다. 그래서 그 분 왈, '전도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하시는구나. 그 분이 내 말 듣고 내 따라서 교회 나왔다면…. 내가 전도했으니 저 사람 내 때문에 전도된 줄 아시지요 하나님, 내 공로에 대해 반드시 상과 복을 꼭 주셔야 됩니다’ 라는 교만한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환경이 극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 주님을 생각합니다. 세상으로부터 온갖 비난과 멸시를 한 몸에 받으시면서 고독하셨던 주님을 생각하며, 주님이 주시는 인내의 힘과 주님이 주시는 기쁨으로 살아갑니다. 그 어떤 처지나 환경도 주님 내게 주신 평안을 뺏어 갈 수 없습니다. 내게 건강 주셔서 천하보다 귀한 여러분들에게 말씀 전할 기회 주심을 그저 감사 감격하며 살아갑니다.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사랑합니다."

이 설교를 들으며 성도들이 아멘으로 화답하는데 아기를 업고 뒤에 서서 설교를 듣는 사모님이 아멘 하는 소리가 왜 그리 애절하게 들리든지….

코끝이 시큰해오며 앞이 잘 보이질 않아 예배가 끝난 뒤 빨리 인사하고 계단을 올라오며, 설교 처음 들을 때 목사님을 미련하게 생각했던 죄책감 때문에 눈물이 났습니다. "주님, 제가 바로 주님 손발에 못 박은 로마 병정입니다. 버러지보다 못한 이놈을 용서하시옵소서." 주님께서 "나도 세상에 있을 때, 모두가 나를 미련하다고 했다. 바로 너희를 위해 십자가에서 감당했다"고 하시는 말씀이 제 굳은 심장에 박동쳐 왔습니다.

이 힘든 사역, 주님의 기쁨이 되는 사역을 위해 기도와 헌신의 동역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님 허락도 받지 않고 사정을 알려서 목사님께 참 죄송스런 맘이 앞서기도 합니다. 저의 모자람과 졸필로 인해 그 순수성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이 교회의 위치는 대구 수성구 신매동 삼두아파트 앞 고산1동사무소 바로 옆 단독주택 건물 지하이며, 교회는 드림교회입니다. 혹시 여건이 되신다면 세모의 연말연시 이 교회를 꼭 한 번 방문하셔서, 그 지하실 찬 마루바닥에 꿇어앉아 기도와 헌신의 지원으로 힘을 보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