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유일한 외국인노동상담소(소장 김경태 목사)와 쉼터가 헐릴 위기에 처했다. 예장통합 경북노회, 동노회, 남노회 등 3개 노회가 공동재산인 현 외국인노동자쉼터 부지를 늦어도 내년 5월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로부터 상처입은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일한 쉼터이자 상담소인 이곳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팔게 된 이유는 노회회관 건립을 위해서다.

▲ 북장로교 선교사가 귀국하며 기증한 이곳이 대구 외국인노동자 쉼터. ⓒ뉴스앤조이 최재호

상담소 측은 이번 기회에 현재의 낡은 건물을 헐고 '기독교근로자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바자회와 후원의밤 행사 등 모금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그리고 3개 지역노회 대표들에게 "선교사가 기증한 의미있는 땅이니만큼 이 부지를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저가에 매입할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당장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는 외국인노동자들도 자체 모금활동을 벌였고,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모두 7백만원 가량을 모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경북노회 노회회관건립추진위원장인 김광호 장로(삼일교회)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김 장로는 사견임을 전제로 "외국인노동상담소와 쉼터로 사용되는 이곳이 우리 시대에 매우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하지만 3개 노회의 공동재산인만큼 어떤 식으로든 부지 매각은 불가피하다. 외국인노동상담소 쪽에서 매입을 적극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으로 매각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와 쉼터가 운영된 데에는 지난 95년 미국 북 장로교 구의령 선교사가 본국으로 떠나면서 그가 거주하던 사택(대구 남구 대명3동 2542-12)을 회관을 지으라며 지역 노회에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됐고, 3년 뒤인 98년부터 현재까지 상담소와 쉼터가 운영되어 왔다.

2004년 12월 현재, 이곳에는 10여 개국 40여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산재사고 치료 후 회복 기간 중이거나 구직활동 또는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 위해 한 두달간 머물고 있다.

연간 5천여 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한 해(2004년도) 상담 건수만 2천 4백여 건(80% 해결), 해소된 체불임금액만 7억여 원에 달한다고 상담소 측은 밝히고 있다.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와 쉼터는 대부분의 경비를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교회들의 동참은 그리 많지 않아 전체 예산의 40%를 지원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 외국인노동상담소장 김경태 목사(예장통합, 구민교회)는 이같은 현실과 관련해,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장 김경태 목사. ⓒ뉴스앤조이 최재호

김 목사는 "해외선교사를 파송하는 일과 그들의 사역을 지원하는 일에는 대단히 열성적인 한국교회가 제 발로 찾아들어온 외국인, 특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이자 선교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역교회가 우선은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사랑 실천을 위해, 나아가 선교 대상자들인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김 목사는 9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해 왔지만 세례는 단 2명에게만 주었다. 목표를 정하고 숫자에 집착해 사역했다면 훨씬 많은 외국인에게 세례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김 목사는 자신의 사역을 드러내기보다는 그들의 신앙고백을 직접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 옳다고 믿고 사역해 왔다. 쉼터의 특성상 김 목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신자인 척 하는 '거짓기독인'을 대량으로 양산해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교회가 주로 사용하는 공격적 선교방식이 아닌 문화적 선교방식으로 또 어려움에 봉착한 외국인들의 이웃으로서 함께 생활해왔다. 현 건물을 매입할 수 있다면 이곳에 교회, 병원, 쉼터, 문화센터가 포함된 '기독교근로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그래서 기존의 상담과 쉼터로서 역할은 물론, 예배드리고 신학교육도 시켜 중국,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현지인 선교사들을 역파송하는 역할도 감당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한국인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경비의 20%만으로도 몇 배의 열매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교회들의 후원을 호소했다. (외국인노동상담소 053-653-0696, www.withpeople.or.kr)

행사안내

* 외국인노동자 쉼터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 아시아 음식 바자회
일시 : 12월 12일 오후 5시~9시
장소 :  대명동외국인쉼터
문의 :  김동현(053-624-7922, 016-811-0675)

* 외국인노동자 쉼터 건립을 위한 성탄절 한마당 잔치
일시 : 12월 26일 오후2시~10시
장소 :  계명대(대명동) 대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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